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허위 사실과 과장 보도로 대중을 현혹하고 사회의 진실을 가리는 기자들을 비하하는 속어로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 <세이렌의 참회>는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2년 차 기자의 분투를 다룬다. 


데이토TV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 '애프터 JAPAN'의 2년 차 기자인 다카미는 선배 사토야와 함께 특종을 찾고 있다. 기자라면 특종을 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최근 들어 '애프터 JAPAN'이 무리한 보도로 인해 방송윤리 위원회의 권고를 몇 번씩 받고 시청률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막내 축에 속하는 다카미까지 특종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 가쓰시카 구에서 여고생이 유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다카미와 사토야는 끈질긴 취재 끝에 용의자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손에 넣게 된다. 다카미와 사토야는 신이 나서 특종을 터트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들이 지목한 용의자는 체포되지 않고 경찰 수사는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유괴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가 등장하지만, 작가가 주목하는 건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범죄를 보도하는 언론인의 태도다. 작가는 다카미의 사수인 사토야의 입을 빌려 기성 언론인들의 보도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타인이 숨기려는 비밀을 폭로하고, 실패를 지적하고, 만인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일. 그런 일이 이상하지 않을 도리가 있어? 나나 너나 그걸 알면서 월급을 받고 있잖아. 이제 와서 혼자 성인군자인 척하지 마." 사토야는 언론인의 제1의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오보를 내거나 자신의 보도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도 사죄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사죄할 시간이 있으면 보도할 거리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 게 바람직한 언론인의 자세라고 말한다. 


다카미는 하늘 같은 선배의 말에 일견 수긍하지만, 인간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다. 기자도 언론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언론인의 의무 운운하기 이전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부터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만큼 언론인의 의무란 대단한 것인가.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 전원 구조'라는 말도 안 되는 오보를 내고도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사과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던 한국 언론의 모습이 떠오른 대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