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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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가스라이팅을 당해본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부모로부터 "넌 아주 못된 아이야.", "넌 머리가 나빠.", "넌 뚱뚱해", "넌 조심성이 없어." 같은 부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들은 아이는 자기 자신을 정말 못되고, 머리고 나쁘고, 뚱뚱하고, 조심성이 없는 아이로 인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렇게 형성된 부정적인 자아는 아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미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이 쓴 책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는 주로 연인 또는 배우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스라이팅 사례와 치유 및 극복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단순한 정서 학대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관계다. 저자는 이를 '가스등 탱고'라 부르는데,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해자가 상황이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피해자가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피해자 역시 가해자의 인정을 바라고 가해자를 이상화하면서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가스라이팅의 문제는 정서적 학대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력이 없는 아내는 남편 없이 독박 육아를 하면서 경제적 불안감이나 정서적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남편이 자신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를 가할 경우, 아내는 결혼 생활을 끝내는 것보다 자신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게 된다. 이는 고용주와 고용인, 상사와 부하의 관계와 차라리 더 비슷하다. 부하는 상사에게 대들었다가 직장에서 보복을 당하거나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이들은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벌주려 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을 차단하는 6단계'를 제시한다. 첫째, 문제를 확인하자. 애인이 내가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준 경우, 문제는 '그 선물을 원하지 않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는 선물을 준 애인'에게 있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상대에게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다. 둘째, 스스로를 동정하자. 누구나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 실망하고 상처입는다. 절대로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셋째, 희생할 각오를 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스라이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세상에 남자는 많다. 나를 아끼지 않는 남자 때문에 고생하느라 나를 아끼는 남자를 놓치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넷째, 자신의 감정과 통하는 연습을 하자. 절대로 나의 감정을 타인이 지배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섯째, 자신에게 힘을 부여하라. 가스라이팅 상태에서는 자신이 무능하고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사소한 일이라도 스스로 해보고 도전하면서 자신에게 현실을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여섯째, 우선 한 걸음을 내딛어라. 애인이나 배우자가취미 생활을 방해한다면 굴복하지 말고 작게라도 지속해야 한다.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으면 관계를 변화시킬 힘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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