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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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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도대체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의 저자이자 중국 최고의 국제경제학자 쏭훙빙의 신작 <관점>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저자는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10개국 연합군이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규모 공습을 개시한 사건을 제시하며 책의 포문을 연다. 저자는 당시 대다수의 중국인이 예멘에서 중국 교민을 철수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쏟았는데, 진정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전쟁의 배경과 이를 둘러싼 각국의 이익 관계라고 지적한다. 


예멘 전쟁은 중동의 주도권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충돌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정치, 경제, 역사, 외부 세력의 개입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된 지정학적 충돌이다. 저자는 중동 문제의 근원으로 잘 알려진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갈등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비롯해,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며 주변 강대국들이 중동 지역을 어떻게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했는지를 차례로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아랍-이스라엘 분쟁,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주도권 다툼, IS 테러 조직의 탄생, 이란 핵 협상 타결 등 굵직한 국제 정치 이슈가 한 큐에 정리된다. 


저자는 중국의 학자로서 앞으로 중국이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2013년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 화물 수출입 무역 국가가 되었다. 그 이면에는 중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에너지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은 '뉴 실크로드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는 중이다. 뉴 실크로드 전략은 해상 루트와 육상 루트를 아우르는 총 다섯 개의 에너지 루트를 개발하기 위한 계획이다. 전략이 성공하면 중동과 유럽, 러시아, 카자흐스탄, 미얀마 등의 석유가 송유관을 통해 중국에 공급된다. 


뉴 실크로드 전략의 목적은 단순히 에너지 공급을 원활히 해서 에너지 안전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데. 중국은 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거대한 지역을 연결하고 각 지역의 경제를 통합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해상권을 장악해 세계 제1의 군사 대국인 미국과 경쟁해 압도하는 것이 목표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송유관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연결되면 우리나라 역시 뉴 실크로드 전략에 포섭되는 게 아닐까 - 미국이 이 상황을 가만둘까 -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것은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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