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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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은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에 굳이 읽지 않았다. 내가 읽으나 안 읽으나, 안 그래도 잘 팔리던 책이 손석희 앵커가 추천하면서 더 잘 팔리는 걸 보면서는 저렇게 잘 팔리는데 나까지 읽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굳이 읽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며칠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때문이다. <미스 함무라비>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고,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자이자 직접 드라마 각본도 쓴 문유석 판사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인터넷 서점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주문한 후였고... 


현직 부장판사에 서울대 법대 출신에 수능 전국 수석... 저자의 이런 이력은 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한국의 '까라면 까'라는 식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해 뿌리 깊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어려서부터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의 책을 읽었고(특히 문학), 한국 대중문화뿐 아니라 일본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많았고(저자의 일본 만화 사랑은 가히 대단하다...), 이로 인해 다양한 철학과 다양한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 한국 사회가 강요하고 억지로 주입하는 집단주의의 부당함, 불합리함을 일찍부터 깨닫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끊임없이 흐르는 자기반성의 기조다. 어린 시절 속독법을 가르치는 강사의사기에 공범이 되었던 일화, 학교에서 담임 교사에게 체벌권을 위임받았던 일화부터, 현직 부장판사가 된 지금 세월호 참사, 세대 갈등, 외국인 혐오, 비정규직 문제 등을 지켜보며 느낀 참담함,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저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용서받고 넘어가면 될 일인데,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않고 잘못했다는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이 얼렁뚱땅 유야무야 사건을 덮고 넘어가기에 급급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에 너무나 익숙하기에, 저자의 이런 담담한(때로는 격정적인) 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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