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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에이자는 열여섯 살의 고등학생이다. 에이자를 끔찍이 귀여워했던 아빠는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고,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엄마의 월급만으로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에이자는 학교 성적도 괜찮고 절친인 데이지와도 잘 지내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기면서 살고 있다. 단 하나,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에이자를 괴롭히는 극도의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을 제외하면.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제일 가는 부자인 러셀 피킷이 경찰의 수배망에 오른다. 경찰이 내건 현상금은 무려 10만 달러. 안 그래도 대학 등록금 걱정이 태산 같았던 에이자와 데이지는 러셀 피킷의 행적을 알아내서 현상금을 받아내기로 한다. 데이지는 에이자가 러셀 피킷의 아들 데이비스와 아는 사이라는 걸 이용하자고 하고, 못 이기는 척 데이지를 따라 나선 에이자는 오랜만에 만난 데이비스와 의외로 말이 잘 통해 마음이 설렌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쓴 작가 존 그린의 최신작이다. 에이자가 극도의 불안 증상을 겪는다는 걸 제외하면, 이 소설은 평범한 성장 소설처럼 보인다. 성적도 집안 환경도 학교생활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고생이 현상금을 노리고 예전에 알고 지냈던 남자애를 만나러 갔다가 마음이 통해 사귀게 되는 이야기. 이따금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엄마의 걱정을 사기도 하고, 위험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괜찮아지고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한 뼘 더 자라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성장 소설처럼 보일 뻔한 이야기에 불안 증상이라는 정신 질환을 첨가한 것은 신의 한 수다. 에이자는 등교할 때도, 수업 시간에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도, 남자 친구와 스킨십을 하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극도의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에 빠진다. 이는 작가 존 그린의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는데, 내 생각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살면서 이런 증상을 조금이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이를테면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카락을 비비꼬거나, 다리를 떨거나...).
작가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때로는 자기 자신이 그 고통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고, 살아 있는 한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게 아닐까. 여기에 풋풋하고 상큼한 십 대들의 로맨스와, 방금 전까지 싸우고도 얼굴만 보면 웃음이 터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모습이 더해진,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