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머니 - 부의 미래를 바꾸는 화폐 권력의 대이동
고란.이용재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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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도 없는 법정화폐가 지배하는 시스템에서 현금만 들고 있는 행위는, 방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것과 같다. 금융 기득권이 장악한 화폐 경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동의 대가로 얻게 된 법정화폐를 가능한 한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에 투자할지는 자유다. 금이나 부동산 등 전통 자산만이 대안은 아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도 있다. 실체에 집착하다간 눈앞에서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 (33쪽) 


올해 초 암호화폐가 사회 문제로 부상한 이후 여러 권의 암호화폐 관련 서적을 읽었다. 그중 대부분이 암호화폐의 개념과 원리, 발전 가능성 등을 IT 분야에 국한해 예측하는 데 그친 반면, 중앙일보 경제부 금융팀 기자 고란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암호화폐 전문가 이용재가 공저한 <넥스트 머니>는 경제, 즉 '먹고사니즘' 측면에서 암호화폐의 유용성과 발전 가능성을 분석한다. 


돈은 실체가 있을까, 없을까. 사람들은 흔히 지폐나 동전을 돈이라고 착각하는데, 엄연히 말해 지폐나 동전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일 뿐 돈 그 자체가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화폐 자체의 내재적인 가치는 없으며 단지 정부의 규제 및 법에 의해 화폐로서의 지위를 갖는 화폐', 즉 법정화폐라고 부른다. 법정화폐는 정부의 보증 아래 시장 내의 거래 활동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한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무한정으로 화폐를 발행할 경우 법정화폐의 가치는 점점 낮아진다. 실제로 짐바브웨에선 90년대 무가베 정권이 엄청난 양의 돈을 찍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중앙은행이 법정화폐를 발행하는 독점적 권리를 소유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중앙은행이 미친 듯이 화폐를 찍어내면 미친 듯이 생겨난 화폐는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각종 재화, 서비스,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리고, 자연히 개인의 구매력은 낮아져 실질소득 및 가처분소득이 감소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한 달을 열심히 일해 월급을 받아도, 정부가 화폐를 많이 찍어서 통화량이 늘고 물가가 오르면 안 그래도 쥐꼬리만한 월급이 더 적게 느껴지는 이유다. 


법정화폐를 암호화폐로 대체할 경우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저자는 이를 대표적인 암호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어, 발행량이 무제한인 법정화폐와 달리 미친 듯이 돈을 찍어서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비트코인 1개의 가치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금본위제 시대의 금의 지위를 상상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날이 가까운 미래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암호화폐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점점 더 많이 등장해 법정화폐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지금도 지갑 대신 스마트폰만 가지고 다니면서 돈 쓸 일 있으면 전자 화폐로 결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앞으로 암호 화폐,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스마트폰이나 앱 없이 신용만으로 시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암호화폐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인기 있는 투자 상품이 되는 것이 훨씬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암호화폐가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공급도 수요도 적고,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도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암호화폐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고 사용처가 늘어나면 투자 대상으로서 암호화폐의 인기가 훨씬 더 높아질 것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 행정적,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고 시급하다. 암호화폐는 무조건 위험하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장단점을 잘 따져서 대비할 것은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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