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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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드니, 도쿄, 싱가포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삼 년 씩 살면서,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그 도시의 매력을 온전히 체험해보고 싶은 소망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소소 동경>의 저자 정다원은 그런 소망을 현실로 바꿨다. 무엇이든 한 번 빠지면 끝까지 파고드는 '덕후' 기질이 다분한 저자는, 지난 12년 동안 호주,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이삼 년 씩 살아봤다. 그중에서도 도쿄는 저자에게 있어 특별한 도시다. 교환 학생 신분으로 처음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고, 인턴십, 사회 초년생 등의 시기를 도쿄에서 보냈으며, 인생의 반려자를 도쿄에서 만났으니 특별할 수밖에.


이 책은 저자가 4년 동안 체험한 도쿄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기록하고 싶은 모습을 골라서 엮었다. 도쿄를 여행한 기록이 아니라 도쿄에서 생활한 기록이다 보니, 참신하고 세련된 모습보다는 낡았지만 정감 있고 친근하고 익숙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아케이드 지붕이 인상적인 상점가, 마스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술집, 후지산 그림이 걸려 있는 대중목욕탕, 여름의 하이라이트 마츠리 등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았던 장면들을 저자의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일본어가 서투르고 일본 지리에 어두운 여행자 신분으로는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저자의 경험담은 더욱 값지(고 부럽^^)다.


저자는 일본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인간관계와 회사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한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위안이 되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 존재가 즐겨 찾는 선술집의 마스터였다. 만화 <심야 식당>에 나오는 마스터를 닮은 그는, 저자가 주문할 걸 미리 알고 오차즈케를 내준다든지, 힘이 없어 보이면 고기를 권해준다든지 하며 저자를 은근하고도 살뜰하게 챙겨줬다. 


공중목욕탕 역시 저자가 일본인들의 은근하고도 살뜰한 배려를 느낀 공간이다. 교환 학생 시절 홈스테이를 하면서 일본의 목욕 문화를 배운 저자는, 홈스테이를 마친 후에도 혼자서 공중목욕탕을 찾으며 일본의 할머니, 아주머니들과 대화하며 교류하는 재미를 체험했다. 일본의 온천에는 가본 적이 있지만 공중목욕탕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 


여름의 별미인 '나가시소멘' 체험담도 실려 있다. 나가시소멘은 물이 흐르는 기다란 대나무 통에 넣은 소면이 위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하면 그걸 젓가락으로 건져 먹는 음식이다. 일본의 영화, 드라마, 만화 등에서 자주 본 음식이라서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는데,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재미 삼아 도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거리라고 한다. 


이 밖에도 옛 정취 가득한 야네센 산책, 창가의 토토를 찾아, 도쿄 사람이라면 몬자야키, 한 칸짜리 열차 타고 도쿄 한 바퀴, 도심 속 오아시스 도도로키 계곡,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 꽁치 축제 등 흥미로운 도쿄 생활 체험담이 가득하다. 나처럼 저자의 체험담이 부러운 독자라면 도쿄를 여행할 때 한두 가지쯤 도전해보며 도쿄 생활자인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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