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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ㅣ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평점 :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인 이정모가 쓴 62편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과학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과학자로 살아가는 일,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니면 문과 출신인 내게는 과학보다 인간 또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저자가 1992년 독일 유학 시절 평범한 독일 가정에서 하숙하며 겪은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명랑한 성격의 주인 할머니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막하자 독일이 이길 때마다 맥주를 대접하며 저자에게 독일 선수들을 자랑했다. 텔레비전에서 독일 아나운서가 "우리 자랑스러운 독일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아헨 공대 학생이 금메달을 땄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저자가 할머니에게 "독일 사람이 딴 겁니까, 아헨 사람이 딴 겁니까?"라고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독일 선수가 잘한 것이 아니라 아헨 선수가 잘한 것이다." 올림픽은 국가의 대사가 아니라 선수들의 잔치라는 것이 할머니의 생각이었다.
며칠 후 주인 부부와 마라톤 중계방송을 보던 저자는 황영조 선수가 우승하는 순간 감격에 겨워 "저 선수가 한국인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도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라고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러자 말없이 맥주만 마시던 주인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나치 시대에 독일 사람들도 그랬어." 과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학만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주는 이야기라서 이렇게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