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이름은 루시 바턴 ㅣ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객관적인 조건만 보면 루시 바턴은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뉴욕에서 괜찮은 집 한 칸을 마련했고, 작가로서 괜찮은 출발을 했으며,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두 딸이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하지만 맹장수술을 받고 병간호하러 온 어머니를 본 순간, 루시의 단단했던 마음은 한꺼번에 무너져내리고 만다. 그리고 밀려든 과거의 기억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병원에 입원한 루시 바턴이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병간호를 받으면서 겪는 심경의 변화를 그린다.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 출신인 루시 바턴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도 가장 가난한 부부의 셋째 아이로 태어났다. 루시의 부모는 변변한 집 한 채는커녕 고정 수입이 나오는 직업도 가지지 못했다. 그로 인해 루시는 어린 시절 내내 배를 곯기 일쑤였고, 잠도 남의 집 헛간이나 트럭에서 잤다.
그런 루시에게 유일한 낙이자 삶의 희망은 책 읽기였다. 가난하고 행색이 별로인 자신과 놀려고 하는 친구가 없어서, 집에 가봤자 장난감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어서, 루시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학교 성적이 좋았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루시의 어머니는 루시의 성공을 대견하게 여기지 않는다. 루시가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 가족을 버리고 부모를 배신한 거리고 루시를 비난한다. 루시가 작가로 데뷔해 좋은 반응을 얻어도 관심조차 없다. 루시가 하는 말은 잘난 척으로만 듣는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루시 바턴의 경우처럼 부모가 자식의 성공을 바라기는커녕 질투하고, 자식은 그런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미련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병간호를 하러 와서까지 루시를 바로 보려 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내가 원한 건 엄마가 내 삶에 대해 물어봐 주는 것이었다."라고 담담히 토로하는 루시가 어찌나 가엾던지.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건드리는, 짧지만 강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