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X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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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아쿠타가와상, 오에 겐자부로상 등을 수상한 일본의 작가다. 그가 2014년에 발표한 <교단X>는 발표 당시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으며 판매량도 높았는데,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에 비해 덜 유명한 탓인지 한국에선 화제가 되지 못했다. 신흥 종교 집단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 종교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역사, 정치 문제를 연결한 점 등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성적 묘사의 빈도와 수위도 비슷한 듯). 


이야기는 나리자키라는 남자가 자살을 예고하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 다치바나 료코를 찾기 위해 그녀가 몸담았던 종교 단체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종교 단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던 나리자키는 단체 사람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교주로 보이는 마쓰오 쇼타로라는 노인이 무척 겸손하고 유쾌한 사람이라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마음의 벽을 허문다. 이들에 따르면 다치바나 료코는 '교단X'라는 다른 종교 단체의 신자이며, 교단X는 1995년 도쿄 지하철에 치명적 맹독가스 사린을 무작위로 살포한 옴진리교처럼 극단적인 종교 단체다. 


나리자키는 마쓰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단X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나리자키는 마쓰오를 비롯한 종교 단체 사람들을 통해 종교의 기원, 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심리 등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이를 짤막한 연설 형식으로 소개하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을 '제신'으로 모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만, 몽골이 일본을 침략했을 때 몽골군의 침략을 막은 가마쿠라 막부의 병사들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과 원폭으로 죽은 수많은 일본 국민은 합사되지 않았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었다. 이것만 보아도 일본의 신도(신토)는 일왕 본위의 종교이며,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는 맞지 않다. 이는 점점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 내에서 논란이 될 만한 파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중국과 한국이라는 적을 안겨주면 우리를 옹호해준다. 그들은 강한 권력에 붙어서 사상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을 좋아하지. 남을 공격하면 자신들이 뛰어나다는 쾌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들은 우리 같은 보수를 절대로 부정하지 않아. 한번 믿으면 무엇을 보든 무엇을 듣든 절대로 부정하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를 부정하는 건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 되니까." (472쪽)


위의 인용문에서 '우리'는 '교단X'를 제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정부 요원이다. 오십 대의 정부 요원은 자신이 속한 국가 기관이나, 자신이 제압해야 하는 종교 단체나 안보나 평화 같은 커다란 대의를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온갖 흉악한 짓을 일삼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를 비소하다 여기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국가가 내세우는 대의에 휩쓸리기 쉽고 종교 지도자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기 쉽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을 아직 잘 모르는 삼십 대의 정부 요원은 오십 대의 정부 요원의 말을 흘려듣는다. 나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다, 나에겐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 나는 국가를 위해 일하며 국가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믿는 그는 결국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소재와 주제 의식은 좋지만 이야기 구성이 허술하고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다. 등장인물의 연설이 잦고 길어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위해 쓴 소설, 즉 수단으로서의 소설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성이 여성을 강제로 범하는 장면이 너무 많고, 여성 캐릭터 대부분이 남성의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서만 존재하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성적 묘사 다 빼고 콤팩트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보다 짜임새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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