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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을 때만 해도 내가 프레드릭 배크만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베라는 남자>가 재미있는 소설인 건 인정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기에 <오베라는 남자>의 큰 성공 이후 연이어 출간된 후속작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얼마 전 출간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최신작 <베어타운>을 읽고 홀딱 반해서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전부 구입해 읽고 있다(그래봤자 국내에 출간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다섯 권에 불과하지만).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프레드릭 배크만이 2014년에 발표한 작품이다(국내에서는 2016년에 출간되었다). 주인공 브릿마리는 '여자 오베'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까다롭기 그지없고 사회성이 부족한 63세 할머니다. 처음엔 시시콜콜 흠잡기 일쑤고 꽉 막힌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브릿마리가 답답했다. 안 그래도 바쁜 직업소개소 직원을 들들 볶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도 꼴보기 싫었다.
그러나 브릿마리가 '그런'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부터는 조금씩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과 부모의 냉대, 좋아했던 남자의 배신, 남편의 외도 등을 잇달아 겪는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에게 "우리는 브릿마리가 자기를 먹여 살려줄 남자를 만나길 기도해야 해. 안 그러면 쟤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서 길바닥에서 살아야 할 거거든.", "내가 죄가 많아서 그런 애를 낳았지." 같은 끔찍한 말을 들으며 자란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꽉 막히고 결벽증적인 성격이 되지 않을까(물론 이게 남들을 괴롭히는 핑계가 될 순 없지만).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브릿마리는 직업소개소에서 구해준 일자리를 찾아 '보르그'라는 쇠락 직전의 변두리 마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일생일대의 경험을 하게 된다. 가족과 남편, 집과 살림밖에 몰랐던 육십 대 여인이 삶의 나락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라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