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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시간여행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횡단 열차에 탄 사람들
박흥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을 구입했을 때만 해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려면 비행기를 타고 중국이나 러시아로 가야만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잘하면 조만간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 파리, 런던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 년 안에. 어쩌면 내년이라도.
이 책의 저자 박흥수는 현직 철도기관사이다. 철도를 사랑해서 철도를 업(業)으로 삼은 성공한 덕후인 저자는 틈날 때마다 국내외의 기차를 타보고 철도를 답사한다. 그런 저자에게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로망이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양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이동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18박 19일의 일정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였다. 치밀한 준비 끝에 마침내 여행에 도전한 저자는 상상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
가장 특별한 경험은 북한 사람들과 만난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열차에 탔을 때 저자는 객실 안에 북한 노동자 24명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건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서로 멀뚱멀뚱 눈만 쳐다보다가 음식을 나눠먹고 대화를 섞으면서 금세 친해졌다. 나중에는 형님, 동생하고, 물건을 교환하거나 선물을 나누기도 했다.
외국인이 다수인 외국 땅에서 우리 말이 통하는 우리 동포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비록 정치적 상황과 사상의 차이 때문에 서로 완전히 마음을 터놓고 사귈 수는 없었지만, 고국에선 결코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일생에 단 한 번은 시베리아 기차여행을 해보고 싶은 나에게도 이 책은 큰 자극을 주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