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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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전 4권을 읽으며 좋았던 점 하나는 저자 유홍준의 식견과 문장을 통해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또한 부러운 점이기도 했다. 외국의 옛 수도인 교토에 관해 이 정도의 '썰'을 풀 수 있는 분이라면 우리나라의 현재 수도 서울에 관해서는 얼마나 풍성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기대 섞인 소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전 2권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서울 토박이 집안에서 태어나 종로구 일대에서 자랐다. 그만큼 어떤 도시, 어떤 지역보다도 아는 것이 많고 가지고 있는 추억도 많다. 1권에 나오는 종묘,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2권에 나오는 서울 한양도성, 자문밖, 덕수궁, 동관왕묘, 성균관 모두 저자의 개인적 체험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공간들이다. 덕분에 한국인이라면 국사 시간에 배워서 누구나 알고 있는 서울의 역사, 서울의 문화, 서울의 유적 이야기가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에는 故 노무현 대통령에 얽힌 일화도 여러 번 나온다. 참여 정부 당시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던 저자는 어느 일요일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는 길에 노 대통령이 저자에게 말했다. "유 청장님은 언론에서 지면을 얻어낼 수 있죠? 어느 신문에든 이 좋은 산을 대통령이 독차지하면 되냐고 호되게 비판하는 글을 좀 기고해 주십시오." 이후 저자는 북악산 개방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정부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저항에 부딪히자 서울성곽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조선시대 고궁을 다룬 1권보다는 한양도성과 자문밖, 동관왕묘, 성균관 등을 다룬 2권이 내용이 훨씬 풍성하고 다채롭다. 지금도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세검정과 홍제천, 부암동 부근의 역사와 문화, 동관왕묘의 관왕이 삼국지의 관우라는 사실도 새롭다. 지금의 성균관 대학교 자리에 위치했던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을날 성균관 대학교의 은행잎 지는 풍경은 저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보러 갈 만큼 장관이라는데 정말 그렇게 장관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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