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4
네무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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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는 보기 드문 여성 스포츠 만화다. 꿈도 없고 목표도 없이 설렁설렁 살고 있던 열여섯 살 고등학교 2학년 이치노세 토라코 앞에 자칭 '신'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이런 말을 던진다. "현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한다!" 평소 같았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쏘아붙인 다음 잊어버렸을 텐데, 곧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야 했던 토라코는 그 말을 잊지 못한다. 


토라코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설렁설렁 살고 있던 농구부원들에게 이 말을 들려준다. 정신 차리고 연습하지 않으면, 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하고 우리 미래는 전부 끝장날 거라고. 하지만 현재 농구부원들의 실력으로 현대회 우승은 불가능. 토라코와 농구부원들은 예전과 달리 집중해서 열심히 연습하는데, 과연 이들은 현대회 우승을 거머쥐고 지구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스포츠 만화답게 농구부원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성 만화답게 여성의 성장과 성숙,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아무 의욕도 없고 열의도 없이 그냥저냥 살아가던 여학생들이 '지구 종말'이라는 말을 듣고부터 자기한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면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된다, 남자 친구도 사귈 수 없게 된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1분 1초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대부분의 스포츠 만화, 농구 만화는 우승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는 우승이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도 신선하다. 우승의 결과 얻게 되는 과실이 대학 진학이나 프로 데뷔 같은 현실적인 보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예전보다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는 - 내적 성장이라는 점도. 보기 드문 여성 스포츠 만화라서 반가웠는데 내용도 메시지도 실해서 만족스러웠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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