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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납치된 딸을 구하러 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지겹다. 그렇다면 이제 아버지를 구하러 가는 딸의 이야기를 읽을 차례. 스콧 버그스트롬의 소설 <크루얼티>는 출장 간 아버지가 실종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인간병기가 되어 아버지를 구하러 떠나는 딸 그웬돌린 블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웬돌린은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국을 떠돌며 자란 덕분에 외국어 실력은 뛰어나지만 마음을 터놓고 사귄 친구는 한 명도 없다. 부잣집 자제들만 다니는 뉴욕의 한 사립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지내던 그웬돌린은 어느 날 며칠 전 출장 간 아버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외교관인 줄 알았던 아버지의 진짜 정체는 CIA 비밀요원. 아버지의 동료라는 사람들은 아버지를 구하려 하기는커녕 범죄 조직의 첩자가 아닌지 의심한다. 이대로는 사건의 진실을 영원히 모른 채 살 게 될 거라는 생각에 그웬돌린은 자신이 직접 유럽으로 가서 사건을 해결하고 아버지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그웬돌린은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한테 맞아도 되받아치지 못하는 나약한 여자애였다. 그랬던 그웬돌린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인간병기가 될 수 있었던 건, 첫째는 자신도 모르게 단련된 '기본기' 덕분이고, 둘째는 그웬돌린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여자들' 덕분이다. 그웬돌린은 외교관(인 줄 알았던) 아버지 덕분에 여러 외국어에 능통했고 국제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호기심에 배웠던 체조도 훈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버지를 구하러 유럽으로 건너간 후에는 야엘이라는 여자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이후에는 마리나, 로사 같은 거리의 여자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그웬돌린의 성장과 활약에 흥분하면서도 내심 '어떻게 평범한 여자애가 짧은 기간 사이에 인간병기로 거듭날 수 있지?', '어떻게 CIA 같은 기관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척척 해결하지?' 같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웬돌린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이런 의문이 들었을까. 평범한 '남자애'가 약간의 훈련을 통해 인간병기가 되고 엄청난 사건을 손쉽게 해결하는 이야기는 과거에도 현재도 흔하니 이 정도의 과한 설정과 전개는 괜찮지 않을까.
<크루얼티>는 출간 즉시 '여성판 <테이큰>이 나타났다'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16개국으로 번역 출간되었고, <캐리비언의 해적>을 만든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아 파라마운트 사에서 영화화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드(the greed)>라는 제목의 후속작이 올해 초 미국에서 출간되었던데 번역본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