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마타 신스케. 일본소설을 제법 오랫동안 꾸준히 읽어왔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알고 보니 2017년 데뷔작 <영리>로 분가쿠카이 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신인 작가라고. 100쪽도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일본 문단에서 내로라하는 심사위원들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선정할 만큼 극찬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누마타 신스케는 1978년 홋카이도 오타루 시에서 태어났다. 성장기와 청년기를 후쿠오카에서 보내고 현재는 일본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이와테 현 모리오카 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와테 현 모리오카 시는 <영리>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도쿄 출신인 주인공이 회사의 명을 받고 이와테 현 모리오카 시로 이주해 그곳에서 외지인 취급을 받으며 겉돌다가 히아사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마음을 채 열기도 전에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혹시 작가의 실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도쿄에 있는 제약 회사에 다니던 곤노 슈이치는 어느 날 일본 동북부 이와테현 지사로 발령을 받는다. 이와테현에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3년만 잘 지내면 본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발령지로 간다. 이와테 현에서 외지인 취급 당하며 겉돌던 곤노는 얼마 후 물류과에서 박스를 빠르게 잘 접는다고 '박스 과장'으로 통하는 히아사라는 사내와 친구가 된다. 곤노와 히아사는 함께 낚시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여느 동성 친구들처럼 허물 없이 어울린다. 


소설의 전반부에는 곤노와 히아사가 짬만 나면 오이데 강으로 낚시를 하러 가는 모습이 그림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와테 현은 삼림 밀도가 높은 곳이라서 산도 많고 강도 많고 어디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고장이라고 한다. 곤노와 히아사는 이런 곳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모습이 어찌나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던지. 낚시는 물론 아웃도어 활동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 눈에도 둘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곤노는 히아사가 퇴사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곤노는 히아사가 자신에게 일언반구 없이 퇴사해서 섭섭함을 느끼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으려니 하고 잠자코 있는다. 히아사의 새 직장은 장례 매니저. 곤노는 히아사가 실적을 자랑하고 행색도 말쑥해졌기에 잘 지내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얼마 후 그에게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사고'보다도 이로 인해 비로소 드러난 히아사(&곤노)의 '진실'이 내게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때마침 곤노는 히아사의 본가 응접실에서 '전광영리참춘풍(電光影裏斬春風)'이라는 붓글씨를 본다. 이는 불교 선종의 용어로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는 뜻이다.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비록 히아사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어도 히아사와의 추억은 곤노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회의 그림자에 주목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인데, 그림자의 이면까지 보려 하는 신인 작가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무섭다. 수도인 도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일본 동북부 지역. 여기에 쓰나미까지 덮쳐서 더욱더 어려워진 아웃사이더의 삶을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전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용기 있고 실력 있는 작가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