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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3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프린세스 메종>은 한동안 열심히 읽었던 <중쇄를 찍자!>에 이어 등장인물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만화다. 주인공 누마고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쿄에 올라와 선술집에서 일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누마고에의 꿈은 도쿄에 자기 몸 하나 누일 만한 집 한 칸을 마련하는 것. 그런 누마고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부동산 직원들과, 누마고에와 비슷한 처지의 독신 여성들의 모습을 작가는 시종일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모치이 부동산의 직원 다테는 올해엔 기필코 누마고에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아주리라고 마음먹는다. 다테가 누마고에를 특별히 신경 쓰는 건 누마고에에게 관심이 있어서, 가 아니라 혼자서 당차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누마고에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나도 동감이다). 다테 역시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술 마시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1인가구족. 요리도 청소도 빨래도 혼자서 잘하는 다테는,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내가 생기면 아내가 살림을 다 해줄 것이기 때문에 혼자 사는 남자는 살림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일부 남성들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이런 남자 정말 좋은데 정말 드물다 ㅠㅠㅠ).

이 밖에도 혼자 사는 여성들이 집 때문에 고민하고 집 때문에 고생하는 다양한 사례가 줄줄이 나온다. 아무래도 (나처럼) 가진 돈이 부족해서 내 몸 하나 누일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는 여성이 훨씬 많겠지만, (나와 달리) 가진 돈이 넉넉하거나 대출받을 여력이 있어도 '독신 여성이 집을 사면 결혼이 늦어진다', '여자가 혼자 살면 불쌍해 보인다' 등등의 편견 때문에 집 사기를 포기하거나 애초부터 생각도 안 하는 여성도 많다고.
이런 사례도 나온다. 38세의 혼다라는 여성이 자기 명의로 주택 대출을 받아 자기 명의의 집을 구입하자 부모 왈, "그만둬! 대출이라니! 그런 것보다 앞으로 어떡할 거야! 결혼도 하지 않고...!" 만약 혼다가 남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면,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면 부모가 저렇게 말했을까. 여자의 행복은 자립... 이 아니라 결혼(해서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란 참... (그런 부모에게 형님 멋있다, 대단하다고 편들어준 며느리 사이다 ㅎㅎㅎ).

부동산 회사&건설 회사에서 이 만화로 1인 여성 가구 주택 구매를 독려하면 어떨까. 그전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부담 없이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까. 아니 그전에 성별 관계없이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주고, 혼자 사는 여성이 몰카나 스토킹 걱정 없이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주거 환경도 마련해주고... 이래저래 한국에서 여성이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마땅히 자기 권리 누리고 살기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