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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ㅣ 읽어본다
남궁인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망설인 이유는 책 전체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어떤 한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대목은 위화의 소설집 <4월 3일 사건>에 나오는 한 장면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아가씨, 한가하게 노느니 이거라도 버는 게 안 낫겠소?"
"흥! 그걸 썩히는 한이 있어도 한 푼도 적게는 안 돼요." 여인이 말했다.
쑨시는 발을 동동 굴렀다. "좋소. 나도 값을 깎아달라고는 않겠소. 반만 넣지. 반값이니 반만 넣으면 공정하지 않겠소."
여인은 생각해보더니 옳게 여겼는지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바지를 벗고 침대에 누워 두 다리를 벌렸다. (중략)
"이봐요, 이봐, 반만 넣기로 했잖아."
쑨시가 낄낄거리며 대꾸했다. "내가 말한 반은 뒷부분 반이요."
(173~4쪽)
저자는 이 장면을 소개하면서 이런 문장을 썼다. "위화의 소설을 읽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중국식 위트 때문인데, 마지막으로 한 단락 인용해본다." 저자는 이 장면을 읽고 독자가 웃기를 기대했을 텐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장면이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몇 푼 안 되는 돈이라도 벌기 위해 다리를 벌려야 하는 여자. 그 돈마저도 절반밖에 못 준다고 떼쓰는 남자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여자. 못된 남자한테 사기를 당하고 비웃음까지 당한 여자. 이런 여자를 보고 어떻게 웃을 수 있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한테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이런 장면을 '중국식 위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나에게는 참 멀게 느껴졌다.
이런 경우는 사실 이 책 말고도 다른 여러 책, 만화, 영화, 드라마 등등을 볼 때 자주 마주친다. 그때마다 매번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니고 보고도 못 본 척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일반 작가가 아니라 의사라는 점 때문에 마음에 더 걸렸다(일반인보다 더 예민하고 약자의 입장에 공감해야 하는 게 의사 아닌가). 이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이 전부 좋았으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요조의 책이나 한 번 더 읽을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