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물리학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미니멀리즘을 만나기 전에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더 이상 필요 없고 자리만 차지할 뿐인 물건일지라도 오래전 친구가 준 선물이라서, 한동안 좋아했던 뮤지션의 음반이라서,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서 버리지 못하고 간직했다. 이제는 '버림'의 다른 말이 '놓음', '떠나보냄'이란 걸 안다.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 전보다 덜 애착을 가지게 된 물건을 억지로 가지고 있느니, 나 아닌 다른 주인에게 보내주는 편이 여러모로 더 좋다는 걸 알고 실천 중이다. 


림태주의 세 번째 산문집 <관계의 물리학>을 읽다가 저자와 나의 생각이 겹치는 글 한 편을 읽었다. 저자는 친구들과 물건을 잘 버리느냐 못 버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자는 '버림'과 '놓음'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물건을 잘 버리는 성격이 아닌 저자는 관계 역시 잘 버리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관계를 물건처럼 버릴 수 있는 걸까. 사람과 사람은 서로 닿을 수만 있을 뿐, 서로가 서로를 가지거나 소유할 순 없다. 가지거나 소유할 수 없으니 버릴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닿았던 사이는 놓거나 놓아보내줄 수 있을 뿐이다. 


닿음은 서로 간의 틈새가 일순간 사라진 접촉이다. 그렇게 닿아서 접촉면을 넓혀갈수록 우리는 따듯해지고 안온해진다. 놓음은 서로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분리다. 그렇게 놓아서 여백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홀가분해지고 안온해진다. 그러므로 닿음과 놓음에는 집착이나 절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나간 것을 놓아야 다시 새롭게 닿을 수 있다. (28쪽)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립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우주의 별과 별 사이에 빗댄 시도가 독특하고 신선하다. 그럴듯한 아포리즘 일색이 아니고, 저자가 이제까지 살면서 겪은 일이나 일상 속에서 경험한 관계를 사례로 들어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었다. 


저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어야 하는 게 사랑'이라는 믿음은 갖다 버리라고 조언한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오래 지속하고 싶은 관계일수록 자신이 원하고 생각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자세하고, 상대방이 알아들을 때까지 수시로 끈질기게 알려야 한다. 인연이 끝난 뒤에 '그때 이 말을 할 걸 그랬어!', '그때 사랑하는 마음을 더 표현할 걸 그랬어!'라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인력(人力)으로 어쩔 수 없는 게 인연이라지만, 서로 적당히 끌어당기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 또한 인연이다. 소중한 인연, 멀어지기 전에 잘 당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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