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상회 - 거짓말 파는 한국사회를 읽어드립니다
김민섭.김현호.고영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기획 / 블랙피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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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인기 소비재입니다.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와 이미지는 잘 팔려 나갑니다. 소비를 통해 체험하는 즉물적 만족감이 진실을 쉽게 압도하는 세태는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5쪽) 


인터넷이나 SNS에 떠도는 글이나 사진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일 먼저 인터넷 검색창부터 찾고, 하루 종일 틈날 때마다 인터넷과 SNS를 확인하고 화제가 된 글이나 사진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나르는 건 왜일까. 


삶과 앎과 노동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인문학협동조합의 신간 <거짓말 상회>에 따르면 오늘날 대중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고 듣고 먹는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가 아니라 얼마나 그럴듯한지, 얼마나 보기 좋은 지이다. 거짓말은 예부터 대중이 선호하는 인기 소비재다.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와 이미지는 비록 거짓일지라도 잘 팔리고, 대중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와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이 책은 2010년대 한국 사회의 특이성을 보여주는 세 가지 축으로 자기계발, 사진, 음식을 든다. 제1장 '자기계발의 거짓말'을 쓴 김민섭은 2010년대를 가리켜 '노오력'의 환상아 무너진 시대라고 평한다. 88만 원 세대, 3포 세대, 수저 계급론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오늘날 청년들이 자신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부가 부를 낳는 이 시대에 돈도 명예도 '빽'도 없는 청년들은 한때 기성세대가 건네는 '힐링' 메시지에 위로받았다가(혹은 속았다가) 현재는 분노 또는 혐오 담론에 빠져 있다. 이는 '노오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고 약속했던 기성세대에게 속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타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2장 '사진의 거짓말'을 쓴 김현호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홍보와 선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진을 이용하는지 설명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허리를 구부린 자신의 머리를 참모진의 아이가 쓰다듬는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오바마의 소탈한 성격을 칭찬했지만, 이 사진을 '선택'하고 '공개'하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이 사진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와 메시지가 개입된 '부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같은 사진도 찍은 자와 찍힌 자의 권력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제3장 '음식의 거짓말'을 쓴 고영은 음식문화사를 전공한 학자의 의견보다 인터넷 검색 결과를 신뢰하는 세태를 개탄한다. 인터넷 검색에 따르면 불고기의 원조는 고구려의 맥적이고, 냉면은 겨울 음식이다. 하지만 음식문화사 전공인 저자에 따르면 고구려의 맥적은 네발짐승 통구이 요리로 불고기와 거리가 멀고, 냉면을 봄의 별미라고 쓴 기록이 있는가 하면, 가을이 제철이라고 쓴 기록도 있고, 여름에 즐겨 찾았다는 기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상의 정보나 항간의 상식을 무턱대고 믿지 말고 일단 의심하고 철저히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 자세만이 거짓말 파는 한국 사회에서 속지 않고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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