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목소리 -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 134일의 기록
다카기 노조무 지음, 김혜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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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700만 명이 광장에 모여 시대를 바꾸고 세계를 놀라게 한 2016년 촛불혁명. 이웃나라 일본에선 대한민국의 2016년 촛불혁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했을까. 촛불혁명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심히 지켜본 한 일본인의 목소리가 이 책 <광장의 목소리>에 담겨 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고 공부하는 일본인을 자처하는 저자 다카기 노조무는 1953년 도쿄에서 태어나 1986년 서울로 어학연수를 왔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고려대, 연세대에서 한국과 한국어를 수학한 그는 이후 안내원, 통역, 어학원 강사 등으로 일하며 한국과 일본 양국을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 


이 책의 원제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 일본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134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를 일컫는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파면이 선고되었을 때, 저자는 대다수의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울컥 치솟는 걸 느꼈다. 1987년 6월 항쟁을 현장에서 목격했고 이후에 이어진 한국 정치의 여러 고비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잘 알고 있는 저자이기에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에는 촛불집회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저자가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저자의 일지는 단순히 촛불집회의 일정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선 한국의 민주주의와 촛불집회의 역사, 2016년 촛불집회의 발단이 된 박근혜 정부의 비리와 부정 등을 설명하고, 제1차 촛불집회부터 제10차 촛불집회에 이르는 동안 집회 현장 안팎에서 어떤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한다. 2부에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인물 여섯 명의 증언이 담겨 있다. 


저자는 누가 주도하거나 선동하지 않았는데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촛불집회를 시작한 점과 134일에 걸쳐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건의 사상 또는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점을 높게 평가한다.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공권력에 대한 저항을 불사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게 바라본다. "1년 전 겨울 매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부정에 대한 분노와 함께, 마음을 모으면 반드시 잘못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그야말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각지의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명확한 언급은 없으나 저자가 원제에 '일본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은 걸 보면 저자는 내심 일본 사회 내에서도 촛불혁명과 같은 대변혁이 일어나 구태의연한 일본 정치가 개혁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싶다. 한국인으로서, 촛불집회에 참가한 1인으로서 촛불혁명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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