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삶의 정물화
문광훈 지음 / 에피파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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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조용한 삶의 한 장면을 포착해 사각의 화폭에 담은 정물화 같은 책이다. 저자 문광훈은 현재 충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가면들의 병기창>, <가장의 근심>, <심미주의 선언> 등이 있다. 책의 절반은 저자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생각의 편린을 담은 글이고, 나머지 절반은 저자가 사랑하는 음악과 문학, 미술에 관해 평한 글이다. 


영화 <스틸 라이프>를 보고 쓴 글도 있다(스포일러 있음!!). 주인공은 고독사한 사람의 지인을 찾아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하는 구청 공무원 존 메이.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날, 존의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서 살던 빌리 스토크가 죽은 채 발견되고, 존은 빌리를 위해 처음으로 사무실을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빌리의 지인을 찾는다. 마침내 존은 빌리의 지인을 찾아내고 빌리의 장례식을 치르게 되는데, 하필이면 빌리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존 역시 가족이나 연인, 친구 하나 없는 고독한 인간이었기에 존의 목숨이 꺼져가는 그 순간에도 존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고독사한 사람의 뒤처리를 하던 사람이 고독사하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메라가 멀찍이 떨어지자 그동안 존이 장례를 치러준 영혼들이 존의 곁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보인다.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무척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장면일 것 같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가까이서 보면 지루하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말도 안 되는 일 투성이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괜찮은 그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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