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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진짜 인생은
오시마 마스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면 비현실적인, 단정하면서도 우아하고,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이 말도 안 되는 앙상블이 가능하도록 연출하는 감독의 솜씨에 매번 놀라고도 또 놀란다.
오시마 마스미의 소설 <당신의 진짜 인생은>은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와 닮은 점이 많다. 어느 날 신인 작가 구니사키 마미는 베테랑 편집자 가가미에게 이런 제안을 받는다. "구니사키 너 말이야, 모리와키 홀리 선생이 그렇게 좋으면 제자가 돼보는 건 어때?" 모리와키 홀리는 베스트셀러 '비단 배' 시리즈의 작가이자 판타지 소설의 대가로, 구니사키는 홀리 씨를 흠모해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홀리 씨의 열성 팬이다. 구니사키는 잔뜩 들뜬 마음으로 홀리 씨의 대저택으로 가는데, 홀리 씨는 구니사키를 보고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고양이를 닮았다며 처칠(소설 속 고양이 이름)이라고 부르고, 홀리 씨의 비서인 우시로는 제자인 구니사키를 일꾼이나 하녀 취급하고, 이래저래 황당하고 실망스러운 일만 이어져 결국 구니사키는 제자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구니사키가 우여곡절 끝에 홀리 씨 제자로 복귀해 작가 수업을 받고 유명 작가가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웬걸 상상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단련된 강철처럼 단단해 보였던 홀리 씨에게는 아무에게도 쉽게 내보이지 못한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홀리 씨를 수행하는 비서인 줄로만 알았던 우시로에게는 그 어떤 사람도 감히 짐작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구니사키에게는 글쓰기 말고 또 다른 재능이 있는 것이 밝혀지는데, 그것은 바로 고로케 튀기기이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저마다 평범치 않은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 천천히 드러나는 것도, 이야기의 중심에 소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있는 것도, 종국에는 모두가 제 자리를 찾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라는 것까지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와 어쩜 이리 닮았을까. 덧붙이자면 제 캐스팅은 홀리 씨 역에 모타이 마사코, 우시로 역에 고바야시 사토미, 구니사키 역에 이치카와 미카코, 구니사키의 소중한 사람 역에 카세 료, 가가미 역에 미츠이시 켄입니다(영화화 기대해 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