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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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행위는 시간이 듭니다. 돈도 들고 정성도 듭니다. 잘 읽으면 '남는 장사'지만 허투루 읽으면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아까운 시간을 들여서 나는 왜 책을 읽을까요?"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 등의 방송에서 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방송인 이미령의 독서 에세이 <이미령의 명작 산책> 서문을 읽다가 깊이 공감한 문장이다. 나쁜 영화, 나쁜 음악이 있듯이 책 중에도 나쁜 책이 있다. 책을 나름대로 깐깐하게 고르는 편인 나도 이따금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들인 돈과 시간이 너무나 아까운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만난 '좋은 책'이 더 귀하고 사랑스럽고,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을 때마다 꼬박꼬박 리뷰를 남기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읽은 2천여 권의 책 중에 엄선하고 또 엄선한 48권의 책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중에는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같은 문학 작품이 있는가 하면, 김사인의 <가만히 좋아하는>, 틱낫한의 <틱낫한의 사랑법>, 후쿠오카 켄세이의 <즐거운 불편>, 다니구치 지로의 <개를 기르다> 등 시, 수필, 사회과학, 만화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의 책도 있다. 저자가 불교계에 몸담고 있기 때문일까. 선정한 책의 주제가 주로 인생, 철학, 명상, 생명, 환경 등인 점도 눈에 띈다. 


칼린디가 쓴 <비노바 바베>라는 책이 있다. 비노바 바베는 1895년 인도에서 태어나 198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인도를 개혁하기 위해 한 몸을 불사른 사회개혁가이다. 바베는 인도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토지헌납운동'을 제안했다. 가난한 사람을 자신의 막내아들(정확히는 여섯째 아들)로 여기고 자기 재산의 일부를 나누어주라는 것이다(땅이 없는 빈민과 천민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땅을 나누어준다는 점에서 조선의 실학자들이 제안한 정전제나 여전제가 떠오른다). 


바베는 또한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향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베 자신은 말년에 모든 공식적인 활동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에게 네 가지 자유를 허락했다. 첫째는 외적인 행위로부터의 자유(일하지 않는다), 둘째는 책으로부터의 자유(책 쓰지 않는다), 셋째는 공부로부터의 자유(공부하지 않는다), 넷째는 가르치는 일로부터의 자유(가르치지 않는다)다. 바베는 어떤 생각과 어떤 경험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까. 저자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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