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래 보고서 - 빚으로 산 성장의 덫, 그 너머 희망을 찾아서
마루야마 슌이치.NHK 다큐멘터리 제작팀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그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 대체 부유함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 토마스 세들라체크 


<자본주의 미래보고서>는 일본 NHK가 제작한 화제의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현재의 자본주의에는 문제가 있다. 인간이 더 이상 '합리적 동물'이 아님은 증명된 지 오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 산재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기 조정 능력도 망가졌다. 인구 증가와 노동 투입을 통한 경제성장은 벽에 부딪혔고, 부유한 사람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소득 불평등, 양극화 문제는 일부 국가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취재팀은 기존의 해결책에 한계가 있음을 일찍이 인정하고 다른 영역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선구자' 3인을 인터뷰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불과 24세의 나이에 대통령 경제 자문으로 발탁된 체코의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 우버, 에어비앤비, 먼처리 등 떠오르는 테크놀로지 기반 업체에 투자해 잇달아 큰 성공을 거둔 셰르파캐피탈 CEO 스콧 스탠퍼드 등이 그 면면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터뷰는 스콧 스탠퍼드의 인터뷰다. 승객과 운전기사를 앱을 통해 연결해주는 테크놀로지 플랫폼인 우버에 투자하면서 세계적인 투자가로 떠오른 스탠퍼드는 우버의 성공 비결에 대해 '수요와 공급의 효율적인 조화'라고 답한다. 과거에는 이동 수단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이동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매칭하기 어려웠지만,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금은 간단한 앱 하나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스탠퍼드는 앞으로의 경제 시스템은 공급이 아닌 수요가 주도할 것이며, 소비자의 수요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기업일수록 미래 전망이 밝다고 진단한다. 


스탠퍼드는 이 말을 덧붙인다. "현대 자본주의는 어디까지나 노동을 전제로 한 체제에요. 앞으로는 노동이 없는 사회, 모델 C를 생각해야 합니다." 기계와 인공지능을 통해 산업이 고도로 자동화되면 고용이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지금의 기술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 기술혁신은 고소득층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삶의 질도 향상시켰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와 텔레비전, 컴퓨터 등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는데, 이제는 국민 1인당 1스마트폰, 1컴퓨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취재팀은 현재의 자본주의가 무너진 이유도, 미래의 자본주의가 태동하는 계기도 결국 인간의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기술 혁신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가 타인을 비난하고 싶은 욕망,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는(또는 채워주지 못하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것만 봐도 그렇다. 취재팀은 현재의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은 것은 기존의 욕망이 더 이상 충족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며, 새로운 경제 시스템은 기존의 욕망과는 다른 새로운 욕망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욕망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건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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