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책 한 권이 내 손에 오기까지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칠까. 궁금하다면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책을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작가는 물론, 에이전트, 교열 편집자, 서체 디자이너, 북 디자인, 종이 제조업체, 활판 인쇄업자, 제본 마이스터 등 책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숨은 공신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흥미로웠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일본을 대표하는 인문사회 출판사인 신초샤에서 40년 이상 교열 편집자로 일한 야히코 다카히코의 인터뷰다. 학창 시절부터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야히코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후 학교의 소개를 받아 신초샤의 교열부에 입사했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교열부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저자가 몸담은 신초샤는 교정교열이야말로 출판사의 양심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지금도 교열부가 건재하다. 


야히코는 시바 료타로, 마쓰모토 세이초, 시오노 나나미 등의 원고를 교열했다. 그가 말하기를, 가장 일하기 편했던 작가는 이케나미 쇼타로이다. 원고 첫 장에 '여기는 세 줄 띄움'이라고 써놓으면 그걸로 교정이 끝날 만큼 이케나미는 항상 완벽한 원고를 보냈다. 연재 시에는 반드시 한 회 분량을 더 보내주어 여분이 준비된 상태에서 여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반대로 가장 일하기 힘들었던 작가는 마쓰모토 세이초와 이노우에 히사시이다. 시바 료타로는 일곱 가지 색을 사용한 화려한 교정지를 보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완성된 책의 매끄러운 문장만 읽어온 나로서는 교열 편집자만이 아는 작가들의 '뒷이야기'가 무척이나 신기하고 재미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영화화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동화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자 가도노 에이코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가도노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책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가도노는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갔는데, 낯선 도시, 낯선 풍경, 낯선 언어, 낯선 문화를 접하며 끝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설렘을 느꼈다. 이때 느낀 감정은 훗날 <마녀 배달부 키키>를 창작하는 데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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