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소녀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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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 이다혜 기자가 신간 <아무튼, 스릴러>에서 언급한 책이다. 궁금해서 위시리스트에 올려두었는데 얼마 전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보고 이건 '운명이다!'라는 생각에 얼른 구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명 맞았다. 너무 재미있어 ㅎㅎㅎ 


1970년대를 풍미한 <푸른 눈동자의 잔>이라는 만화가 있다. 갑작스럽게 연재가 끝나고 작가도 은퇴했지만, 만화에 열광했던 소녀들의 일부는 40~50대의 중년 여성이 되어서도 팬심을 접지 않고 팬클럽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푸른 6인회'는 팬클럽 안에서도 가장 팬심이 지극하고 활동도 왕성한 팬만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팬클럽 간부 모임이다. 한때 만화가를 꿈꾸었던 41세의 전업주부 에밀리는 뛰어난 만화 실력을 인정받아 팬클럽 가입 6개월 만에 푸른 6인회에 들어간다. 푸른 6인회의 다른 멤버로는 실비아, 마그리트, 미레유, 지젤, 가브리엘이 있고, 이들은 저마다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팬클럽 내부에서 벌어지는 경쟁이나 갈등 또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집단이나 모임 내의 은근한 기싸움을 그린 소설인가 했다. 하지만 뜻밖의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이 사태가 잇달아 벌어지면서 소설은 '범인 찾기(WHODUNIT)'의 면모를 띄기 시작한다. 대체 이들 중에 다른 멤버를 해친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왜 하필 이 작은 모임에서 권력을 잡길 바라고 정적을 해치려 하는가. 남편의 폭력, 가족 내 불화, 난임, 이웃 간의 비교와 경쟁 등등이 그 원인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등장하면서 원인은 현재가 아니라 <푸른 눈동자의 잔>이 연재되던 과거에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팬 문화, 팬클럽 문화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남다른 통찰이 담긴 이색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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