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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범죄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 나를 구하는 범죄 예방 습관
배상훈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의 안전 지수는 세계 상위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이 체감하는 안전 지수도 같을까? 대한민국 경찰청 1기 프로파일러이자 범죄분석 전문 팟캐스트 <CRIME>을 진행하는 배상훈 교수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여성에게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길거리에는 성희롱이 만연하고, 사이버 공간에는 몰래카메라 동영상이 판을 친다. 시선 폭력을 부추기는 광고와 성매매도 일상화되어 있다. 남자친구에 의한 폭력, 남편이나 아버지, 아들에 의한 폭력도 넘쳐난다. 문제는 물론 가해자에게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 법원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고, 남성의 편견과 성범죄에 대한 무지로 가득찬 수사를 하고 판결을 내린다. 여성인 피해자는 신고나 고소를 했다가 수사 당국으로부터 2차, 3차 가해를 당하거나, 가해자가 무죄로 풀려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될 걸 알기에 신고하고 싶어도 포기하게 된다. 고소는 언감생심이다. 미투 운동에 나서는 여성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용기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정작 내가 당한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다.
잘못한 건 가해자이고 바꿔야하는 건 법이고 시스템이지만, 그 전까지 버티려면 나를 잘 지켜야 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배상훈 교수의 신간 <대한민국에서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범죄 예방 습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한다. 혼자 살든 가족과 같이 살든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방범창도 높은 창문도 CCTV도 방범 설비도, 범죄를 저지르려고 마음 먹은 범죄자한테는 별 것 아니다. 문단속 잘 챙기고, 호신용 호각을 항상 소지하고, 택배 기사, 배달원, 경비원, 관리인, 옆집 사람 등등 집을 찾아오는 사람은 무조건 경계부터 하고 본다. 경계해서 손해볼 것 없다.
공공장소에서 안전을 지키는 방법도 자세히 나와 있다. 지하철을 탈 때는 맨 앞 칸이나 맨 뒤 칸에 타는 습관을 들인다. 범죄자는 도망갈 곳이 없는 맨 앞 칸이나 맨 뒤 칸에 잘 타지 않는다. 택시를 탈 때는 영업용 택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탄다. 영업용 택시는 번호판이 '아', '바', '사', '자'로 시작된다(나는 20대 초반에 택시에서 안 좋은 일을 몇 번 겪은 이후 절대로 택시를 타지 않는다). 주차장은 공간 특성상 인적이 드물고 어둡고 사각지대가 많다. 가능한 한 유동 인구가 많은 입구나 출구, 엘리베이터 근처에 주차를 하고, 크기가 큰 차량이나 기둥 옆에 주차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남자와 단 둘이 타는 상황을 가능한 한 피하고 층수 버튼 앞 상대가 시야에 들어오도록 비스듬히 선다. 엘리베이터가 다른 층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다음 현관문을 연다.
범죄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다음 범행에 대한 용기를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피해자에 대해 '평소 행실이 어떻다든지, 칠칠치 못하다든지'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고 회피할 퇴로를 만들게 한다. 피해자의 가족은 가해자에 대해 명확하고 단호하게 처벌 의지를 보이고, '너는 아무리 초범이라도 범인이고 내 가족은 피해자이므로 절대 비난받을 것이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