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메이커스 - K팝의 숨은 보석, 히든 프로듀서
민경원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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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H.O.T, 젝스키스, 신화 등의 음악을 즐겨들었던 시절만 해도 K-POP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뮤지션이 아니라 아이돌로 불렸고, 그들의 음악은 대중음악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하위 장르인 아이돌 음악으로 평가절하되었다. 어른들은 나에게 네가 좋아하는 건 그들의 음악이 아니라 말끔한 외모나 화려한 춤 같은 '부수적인 요소'라고 훈계했다(외모에 반한 게 사실임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H.O.T, 젝스키스, 신화 등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요즘의 아이돌 그룹은 결코 평가절하 될 만한 대상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은 현재 하나의 산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 인기와 매출 규모,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 나아가 아이돌 그룹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대중가요와 한국 문화를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하며 K-POP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돌 그룹인 엑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은 일본과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아메리카와 유럽 등지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K-POP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민경원이 쓴 <K팝 메이커스>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피독, 런던 노이즈, 피스티노, 이우민, 정용화, 권순일, 진보, 진영, 김형석 등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피독은 방탄소년단의 오디션부터 앨범 작업까지 참여한 작사가이자 작곡가이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기획과 프로듀싱까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독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써온 멜로디나 가사를 조합해 완성하고 전체 레코딩과 믹싱, 마스터링 등 작업을 총괄한다. 작사가, 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되었던 과거의 아이돌 그룹과는 작업 참여도나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전혀 다르다. 


SM은 해외 작곡가들을 만나는 대규모 '송라이팅 캠프'를 정기적으로 가진다. 영국 남동부 출신의 EDM 아티스트 런던 노이즈가 SM에 합류한 것도 2009년 송캠프 덕분이다. 런던 노이즈는 SM에 합류하기 전까지 K-POP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SM 합류 이후에는 엑소, 샤이니, 레드벨벳, NCT 등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이들의 세계관과 음악 스타일에 대해 정통하게 되었다. 런던 노이즈가 만든 곡으로는 샤이니의 <뷰>, F(X)의 <4 Walls>, 엑소의 <럭키 원> 등이 있다(전부 좋아하는 노래다. 런던 노이즈, 땡큐!). 


이우민은 JYP의 작곡가 오디션 출신으로 뉴욕에 살면서 JYP 뮤지션에게 곡을 제공한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때만 해도 K-POP의 명성이 그리 높지 않았고 그 역시 외국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이제는 K-POP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그의 의견을 묻는 이들이 많아져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이 밖에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산업 분야인 K-POP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뮤지션, 아티스트, 프로듀서들의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다 읽고 나면 아이돌 음악 시시하다, K-POP 별것 없다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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