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10인의 과학자들이 뽑은 내 마음을 뒤흔든 과학책
강양구 외 지음 / 바틀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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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이렇게 글을 잘 쓰면 문과 출신은 어쩌란 말인가요!'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을 읽으며 여러 번 탄식했다. 이 책은 강양구, 김범준, 김상욱, 송기원, 이강환, 이은희, 이정모, 이지유, 정경숙, 황정아 등 열 명의 과학자 및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한 해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과학과 비과학 분야의 책을 각각 한 권씩 선택해 쓴 서평을 모았다. 20편의 서평이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좋은지. 이렇게 글솜씨 좋은 과학자들이 많으니 한국 과학계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문과라는 핑계로 과학 기본서 한 번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내가 부끄러웠다(반성합니다 ㅠㅠ).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는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를 소개하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이 판치는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한 기대와 긍정적인 자세를 잃어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이정모는 일본의 농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수컷들의 육아분투기>를 소개하며 생태계에서는 강한 수컷일수록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인간과 달리 암컷이 독박육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한다(그러면서 저자 자신의 반성문을 적어내렸는데 참으로 눈물겹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는 과학밖에 모르는 과학자와 과학에 무지한 비과학자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책으로 데이비드 헬펀드의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을 소개한다. "역사를 모르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예술을 즐기지 않으면 '교양 없다'고 손가락질하지만, 물리적 법칙을 모르고 화학 반응에 무관심하고 진화에 대해 부정해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는 문장에 가슴이 뜨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정아가 쓴 <로켓 걸스> 서평을 읽으면서는 여성 과학자들이 겪는 편견과 고난을 생각하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이 책 읽으며 많이 울었다.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아니랄까 봐...). 





과학자가 읽은 비과학 분야의 책은 <섬에 있는 서점>, <미스 함무라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바깥은 여름>, <냉정한 이타주의자>,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달리기의 맛>,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힐빌리의 노래> 등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픽션부터 묵직한 울림이 있는 논픽션, 사회과학, 미술 교양서까지 분야와 주제가 다양하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한, 후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겪는 고충,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일의 어려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 등 책을 고른 이유도 다채롭다. 


과학 분야의 서평을 읽을 때는 필자의 사회적 얼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면, 비과학 분야의 서평을 읽을 때는 필자의 민낯, 맨얼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다들 이렇게 생기셨군요 ^^). 과학 외에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을 모아 놓고 같은 기획을 시도하면 어떤 책을 고를지 궁금하다( <수학자를 울린 수학책>, <경제학자를 울린 경제학책> 등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봅니다). 쉽게 읽는 과학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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