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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목소리
시오타 타케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비앤엘(BNL)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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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 중에 31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제 사건의 증거가 될 만한 카세트테이프가 발견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시오타 다케시의 소설 <죄의 목소리>는 교토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는 소네 토시야가 31년 전 미해결된 납치 사건의 범인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31년 전 미해결된 납치 사건이란 1984년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대형 제과회사 '깅가'의 사장이 납치된 이른바 '깅만 사건'을 일컫는다. 범인은 깅가 사장을 납치한 것으로 모자라 깅가에서 제조하는 과자에 독을 넣어 살포하는 위험천만한 행각을 벌였고, 다른 제과회사와 식품회사에도 같은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장을 보냈다. 경찰과 언론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어 범인 찾기에 나섰지만 1년 반이 지나도 범인을 잡지 못했고, 그렇게 30년이 흘러 사건은 공소시효를 맞이하고 말았다.
한편, 간사이 지방의 유력 일간지 문화부 기자인 아쿠쓰는 과거의 미해결 사건을 다루는 사회부 연말 기획 취재에 투입된다. 사회부 부장은 31년 전 하이네켄 회장 납치 사건 넉 달 후에 깅만 사건이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며, 지금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 두 사건이 어떤 관계인지 알아오라는 특명을 내린다. 아쿠쓰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증인도 증거도 찾기 힘든 상황 속에서 조금씩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아가고, 그 결과 깅만 사건이 단순 납치 협박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배후가 있는 사건이며 그 중심에 '여우 눈을 가진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놀랍게도 1984년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실제로 일어난 '구리코, 모리나가 사건'을 재구성한 실화 소설이다. 고베신문 기자 출신인 시오타 다케시는 15년 전부터 이 작품을 구상했고, 작품 자체는 픽션이지만 사건의 발생 일시, 장소, 범인 그룹의 협박장 및 도전장 내용, 그 후의 사건 보도 등은 최대한 사실 그대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실화라는 사실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하지만, 작품 자체만 놓고 보아도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미제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진실을 알고 싶은 호기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토시야. 경찰조차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부담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 정신 사이에서 분투하는 아쿠쓰. 두 사람이 마침내 서로의 존재를 알고 마주쳤을 때 서로 대립할지 아니면 협력할지도 전개에 긴장감을 더한다. 최근에 읽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중에 가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