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탈출 - 우울의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들
타나카 케이이치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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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감기처럼 손쉬운 게 아니야. 우울증은 마음의 암이다!!" <우울증 탈출>의 저자 다나카 케이이치는 단호하게 말한다. 저자 자신이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았고, 한때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빠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장인과 만화가를 병행하면서 매일 같이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에 시달렸다. 병원에 찾아가 의사의 진단을 받아도 자기혐오의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을 만났고, 그 책의 저자처럼 다른 우울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는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책이 이 책 <우울증 탈출>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어떤 경위로 우울증을 극복했는지, 자신과 같이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우울증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반인의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 우치다 타츠루의 사례도 나온다. 





떤 사람이 우울증에 잘 걸릴까. 고지식한 사람, 내향적인 사람, 소심한 사람이 잘 걸릴 것 같지만, 외향적인 사람, 대범한 사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울증은 결국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의 문제이며, 자기애가 건강하지 않거나 아예 없어져 버렸을 때 사람은 살아갈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이 책에는 직장에서 실적 압박을 받다가 우울증에 빠진 직장인, 악덕 기업에 입사해 혹사당하는 바람에 우울증에 빠진 직장인, 창작 의욕을 잃은 예술가, 불우한 가족사와 그로 인한 성적 트라우마로 인해 우울증에 빠진 여성,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진 남성 등의 사례가 나온다. 대체로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배척 당했을 때, 라이벌이나 소속 집단 구성원에 비해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낄 때, 생활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사람들은 우울증을 겪기 쉽다. 





문제는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을 때 이 시기를 마음의 '감기'쯤으로 여기고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업무나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일을 못해서, 내 성격이 모나서 그런 거라고 체념하고 회사에 계속 다닌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만을 기다린다. 


저자는 제발 가만히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조언한다. 우울증이 의심되면 반드시 병원에 찾아가 전문의의 처방을 받는다. 남들이 나를 보고 '요즘 힘들어 보인다', '우울해 보인다'라고 말하면 흘려 듣지 말고 요즘 나한테 힘든 일이 있는지, 있는데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본다. 평소에 자기애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둔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힘들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만화책 몇 권을 상비하는 건 어떨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좋다. 아이돌 팬질, 야구 덕질, 치맥 삼매경도 다 좋다.





"남에게 배려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배려를 해야 해." 길가에 사람이 쓰러져 있으면 어떻게 할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보고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거나 응급차를 부를 것이다. 내 마음이 쓰러져 있을 때도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 괜찮냐고 묻고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거나, 일어설 만한 상태가 아니면 다른 이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우울증은 결국 나르시시즘이 문제다. 남에게 배려하고 남을 즐겁게 하려 애쓰듯이, 나 자신을 배려하고 나 자신이 즐거워할 만한 행동을 한다면 자기애가 조금씩 회복되고 우울증 증상도 나아진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상황을 조금 바꾸어(예 : 업무를 조정한다, 회사를 쉰다) 극적인 변화를 체험한 사례도 실려 있다. 그렇게 약간이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한 사람은 '우울증이 낫기 시작한다 → 일이 잘 풀린다 → 나를 좋아한다 → 우울증이 더 좋아진다'라는 사이클에 들어가고, 이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우울증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는(탈출할 순 없어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우울증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만화로 쉽게 풀어낸 수작이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은 물론, 우울증에 대한 자각 증세가 없는 사람, 주변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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