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무조건 좋게 결정지어서 맡겨놓기
날짜:2024년 12월31일
오늘의정진: 證實相無人法(증실상무인법) 실상을 증득하니 사람, 법이 없어지고
- 100일 정진, 6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다섯 번째 구절은
五陰浮雲空去來(오음부운공거래) 오음의 뜬구름은 부질없이 가고오며
三毒水泡虛出沒(삼독수포허출몰)
삼독의 물거품은 헛되이 출몰 한다.
였다.
우리가 사는 유위법의 세계는 한 바탕 꿈과 같은 것이다.
밖에서 소꿉장난 하며 실컷 놀다가 해질 녘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선지식들
께서 누누히 말씀하셨다.
나는 무엇에 그리 애탄(哀歎) 하고 있는가?
오늘은 여섯 번째 구절
證實相無人法 (증명할 증, 열매 실, 서로 상, 없을 무, 사람 인, 법 법)
증실상무인법
실상을 증득하니 사람, 법이 없어지고
刹那滅却阿鼻業 (절 찰,어찌 나, 멸할 멸, 물리칠 각, 언덕 아, 코 비, 업 업)
찰나멸각아비업
찰나의 한순간에 아비 지옥의 업을 물리쳐 없애 버린다.
이번 여섯 번째 구절은 다섯 번째 구절과 이어지는 구절이다.
깨닫기 전에 일체 유위법의 삶이 꿈과 같이 허망했었다.
그런데 실상을 증득하니 즉, 깨닫고 보니 사람도 없고, 법이라는 것도 없더라.
다시 말해 증도가(證道歌)를 지은 영가현각스님(永嘉玄覺665~713)은 철저한 깨달음의 세계를 노래 했다.
깨달음의 세계는 유위법이 아닌 무위법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나' 라는 사람도 없고 '법' 이라고 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금강경(金剛經)의 사상(四相) 즉,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 이 공(空) 하다는 뜻과 일맥상통 한다.
어제 언급했던 금강경의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구절과 같이 이번 구절도 금강경의
그 유명한 사상(四相)과 연결된다.
사상에 대해서는 스님들과 불교 학자들 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른데
결론적으로 보면 '나'와 '남' 의 형상이나 모습에 대하여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즉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모두 공하다는 것이다.
증도가에서도 역시 깨닫고 보면 나라는 상과 법이라는 상은 없다 라고
설하고 있다.
그렇게 깨닫게 되면 한 찰나(刹那)에, 찰나는 정말 짧은 한 순간을
말하는 불교용어 인데 요즘 수학적으로 환산하면 75분의 1초라고 한다. 한 찰나는 그러한 순간이다.
아비지옥은 무간지옥(無間地獄) 이라고도 하는데 잠깐의 간극없이 즉 끊임없는 지옥의 불길에 고통을 받는 곳을 말한다. 부모를 살해 했거나, 부처의 경지에 이른 아라한을
살해 했거나, 승가의 화합을 해한 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한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아우성을 표현한 단어인데 아비지옥이 그 만큼 고통스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깨달음의) 한 찰나에 아비지옥(阿鼻地獄) 을 물리쳐 없애 버린다.
깨달음이 이루어 지면 '나'라는 상(相)과 '법'이라는 상(相) 이 없어지고, 나와 법이 없으니 한 찰나의 순간에 고통스러운 아비지옥 조차도 무너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천수경(千手經) 에도 이와 같은 뜻의 구절이 있다.
"我若向火湯 火湯自消滅 , 我若向地獄 地獄自枯渴
아약향화탕, 화탕자소멸, 아약향지옥, 지옥자고갈
내가 만약 화탕 지옥에 가면 화탕 지옥이 스스로 소멸 되어지고
내가 만약 지옥에 가더라도, 지옥이 스스로 고갈 되어진다."
여기서 '나는 이미 깨달은 상태의 내가 없는 나' 이다.
무위법의 세계는 이처럼 신통하다.
그래서 깨달으면 오신통(五神通 다섯 가지 신통) 을 자재한다고 하는 것이다.
오신통은 천안통(天眼通), 천이통(天耳通), 숙명통(宿命通), 타심통(他心通), 신족통(神足通) 을 말한다.
천리 밖의 사실을 보고, 듣고, 남의 운명과 마음을 알고, 한 순간에 오고가는 신통을
자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다 한가지 누진통(漏盡通)을 더하면 육신통(六神通) 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증도가 열 아홉 구절에서 다시 언급 될 것이다.
<일일 소견>
벌써 어느새 2024년 세모(歲暮)이다. 속절없이 시간만 간다.
우주의 모든 것은 고정됨이 없이 변하는데 흘러가는 시간을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단지 세상 속에 변해가는 형상들을 통해서만 흐름의 흔적을 엿 볼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올 해 얼마나 변화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