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28일차

<欲知兩段/욕지양단/양단을 알고자 할 진대

元是一空/원시일공/원래 하나의 공이어라>

 

그대,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면목(本來面目) 대해 일러보시오.

질문을 받은 스님은 총명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父母未生前) 지녔던 나의 모습(本來面目) 어떻게 안단 말인가.

지금 내가 어머니 속에서 있던 10달 기간도 기억이 없는데, 태어나기 전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젊은 스님은 도무지 답을 길이 없었다.

스님, 도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니오, 그건 그대 자신이 풀어야 하오. 내가 만약 답을 알려 준다면 그건 그대의 답이 아니게 되오.

젊은 스님은 낙담한 나머지, 결국 스승인 위산영우(潙山靈祐, 771~853) 스님께 하직 인사를 올리고 유랑길에 오른다.

도대체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을 어찌 있단 말인가.

아무리 책을 찾아봐도,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해도 그 답은 모르겠다.

총명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했던 젊은 스님, 향엄은 커다란 절망감을 앉게 되었다.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면목(本來面目), 이 구절은 향엄에게 화두가 되어 가슴에 박힌다.

 

능수경멸(能隨境滅)주관은 객관을 따라 소멸하고

경축능침(境逐能沈)객관은 주관을 따라 잠겨서

경유능경(能境)객관은 주관을 말미암아 개관이요

능유경능(境能)주관은 객관을 말미암아 주관이다

 

무엇이 주관이고 무엇이 객관인가.

향엄의 머리 속은 화두가 떠나질 않는다. .

부모에게서 태어 나기 , 나는 어디에 있었나.

그럼 부모가 나기 전에는, 나는 어디에 있었나.

나와 부모는 어떤 관계인가.

주관과 객관은 서로 다른 것인가?

길을 가면서도,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공양을 하면서도, 예불을 모시면 서도.

심지어는 잠을 자면서도 화두는 향엄에게 달라 붙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암자에 들렀는데 무척이나 낡았다.

암자를 깨끗하게 치우기로 마음 먹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싸리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는데 돌맹이가 눈에 거슬린다.

무심코 돌을 집어 들어 마당 뒤쪽 대나무 숲으로 던졌다.

던져진 돌맹이는 어느 대나무 가지에 부딪혔다.

 소리가 들렸다.

순간, 딱 소리에 향엄의 전신은 전율을 느꼈다.

향엄에게 붙어있던 의심의 덩어리가 소리에 떨어져 나가 버린 것이다.

 

향엄은 이때, 부모의 몸을 빌려 내가 나기 전의 참 모습을, 그 순간 맞이 했다.

알고자 부림 쳤던 부모미생전의 본래면목이 드디어 드러난 것이었다.

 

욕지양단(欲知兩段) 양단을 알고자 할 진대

원시일공(元是一空) 원래 하나의 공이어라

 

내가 태어 나기 전과 내가 태어난 , 나의 본래 면목은 달라졌는가.

본래 라고 부르는 것이 따로 있었던가.

향엄지한(香嚴智閑, ?~898)  순간을 이렇게 남겼다.

 

한번 던져 부딪히는 소리에 아는 전부 잊었다.

다시 닦고 수행하며 지킬 것도 없도다. <오도송 중에서>

 

보이는 만물이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가 묘음이라.

깨달음은 보이는 , 들리는 것 밖에 있지 않다.

그대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 맞는가?


: 欲知: 바랄 , 알 지: ~ 알고자 하다

兩段:  , 조각 단:  양단 즉 양 끝단을 뜻하므로 양면이라 해도 무방.

元是: 으뜸 , 바를 시: 원은 최초, 처음 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원래라는 뜻으로 쓰임. 즉 원래~ 하다

一空:  , 빌 공:  하나의 공



By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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