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와이드판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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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시대를 초월하는 뒤틀린 욕망 


“이누야사(犬夜叉), 오쇼와리(おすわり앉아)!

단호한 가영이의 한마디에 이누야사는 곧바로 바닥에 처박힌다.

 “셋쇼마루 사마—!!”를 외치며 뒤에서 쫓아가는 자켄과 해 밝은 링.

오늘은 가볍게 만화 <이누야사>에서 사유를 시작해 본다.

만화<이누야사>는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던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이누야사는 대요괴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半妖)이다.

현대에서 시간의 틈을 넘어온 소녀 가영(가고메) 일행이 되어 사혼의 구슬 파편을 찾아 다니며 수많은 요괴들과 맞서 싸운다.

 

대부분의 소년만화는 고난, 성장, 각성이라는 정형화를 갖는다

하지만 <이누야사>는 다르다

표면은 소년만화의 틀이지만, 그 안에는 무의식, 신화 구조, 윤회, , 욕망, 상처와 치유, 존재의 층위가 겹겹이 쌓여 있다.

그리고 레이어를 관통하는 중심에는 이누야사 세계관의 최종보스인 나락(나라쿠)’이 있다.

나락은 이누야사 세계관의 최종보스이자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만약 나락이 없었다면 이누야사 여정은 시작 조차 하지 했을 것이다.


보통의 소년 만화에 등장하는 최종 보스는 압도적인 무력을 내세운다.

<드래곤 볼> 에 나오는 프리저나 셀, 마인 부우 같은 끝판왕의 등장에 독자들은 그 압도적이고 막강한 힘에 전율을 일으킨다.

프리저는 카리스마 넘치는 냉혹함과 전투력으로 우주를 지배했고, 셀은 ‘최강의 DNA’를 모아 스스로 궁극의 완전체가 되었다.

마인부우는 재생,폭주,파괴의 극한을 넘어  물리적 힘으로는 가장 강력했다.

이들 모두 강했지만 주인공도 같이 파워업하면 결국에는 극복할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누야사의 나락은 아닌 구조라는 방식으로 작동한 악이었다.

 

나라쿠의 시작은 ‘오니구모’라는 힘 없이 죽어가는 불쌍한 인간이었다.

몸은 불에 무너져 갔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집착과 질투, 열등감과 결핍이 뒤틀린 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돌봐 무녀 ‘금강(키쿄오)’를 향한 일그러진 욕망 때문에 요괴의 어둠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바치며 “힘을 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거래를 한다

그 순간, 한 나약한 인간의 뒤틀린 마음이 요괴를 불러들였고 그렇게 어둠의 요괴 나락쿠로 탄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점은 나락은 “악의 의지”를 가진 게 아니라 “욕망의 구조” 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나락은 처음부터 절대적 악마가 아니었다

나약하고 초라한 인간이 가진 뒤틀린 마음이 기회와 힘을 만나는 순간 괴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건 허구가 아니라 인간 심리의 구조이기도 하다. 지금의 우리가 권력·명예·재능·기회와 결합할 때 어떤 괴물이 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공식과도 같다.

 

나라쿠는 단순한 요괴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욕망이 형태를 얻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이다.

그래서 이누야샤 세계관에서 그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처럼 끝없이 퍼지는 ‘암’ 같은 존재로 나타난다.

뿌리를 잘라내지 않는 이상 어디서든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그는 최종보스다.

힘이 아니라 구조적 본질 때문에 그는 다른 어떤 악의 존재보다 강력하다.

 

나라쿠는 강해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라쿠 같은 약한 인간성의 구조를 품고 있기 때문에 무섭다.

요괴가 나라쿠는 무시무시한 외모가 아니다

오히려 이누야사의 형, 세계관 최고의 미남인 셋쇼마루 만큼 잘 생겼다.

나락의 생긴 외모에 감춰진, 인간의 뒤틀린 욕망의 구조가 그의 본질이다.

그래서 나락은 물리적인 힘으로 죽일 수가 없다.

본체인 자신은 숨어서 계속 분신과 그림자, 대리인을 만들어 주인공 일행과 싸우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주인공 일행을 교란하고, 서로의 사랑을 시험하고, 상대에게 결핍을 느끼게 만들어 불안과 질투를 자극한다

이렇게 나락은 상대의 불안을 키우고 욕망을 이용해 상대를 파멸로 이끈다.

점이 바로 그가 단순한 악의 끝판왕이 아님을 말해준다.

 

나락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검은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안에는 뒤틀린 욕망이 없다 말할 있을까?   

'시대를 초월하는 마음' 속에 숨어 버린 검은 그림자, 그것이 나락이다.    



 

By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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