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무조건 좋게 결정지어서 맡겨놓기


날짜:2025116

오늘의정진: 常獨行常獨步(상독행상독보) 항상 홀로 행하고 항상 홀로 거닐며


- 100일 정진, 22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스물 한 번째 구절은

<鏡裏看形見不難, 水中捉月爭拈得/경리간형견불난, 수중착월쟁념득

거울 속 형상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물 속의 달을 잡아 보려하나 어찌 집을 수 있을 것인가> 였다.


거울 속 형상이든, 물 속의 달이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

실체는 거울 안에 있지 아니하고,  물 속에 있지 아니하다.

육안으로 보이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

오직 심안으로 보여 져야 한다.


오늘은 스물 두번째 구절

常獨行常獨步(항상 상, 홀로 독, 행할 행, 항상 상, 홀로 독, 걸을 보)

상독행상독보 / 항상 홀로 행하고 항상 홀로 거닐며

達者同遊涅槃路 (통할 달, 사람 자, 같을 동, 놀 유, 개흙 열, 소반 반, 길 로)

달자동유열반로/ 통달한 자 함께 열반의 길에 노닐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에서 부터 죽을 때 까지 나는 나만을 경험한다.

남이 내 대신 태어나 줄 수 없고, 아파해 줄 수 없고, 배고파해 줄 수 없다.

죽음 조차도 오직 나 혼자만의 경험이다.

그러니 삶은 오직 나 혼자만의 경험이다.

그렇다면 수행(修行) 이란 무엇인가?

역시 오직 홀로 닦고 행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 공부는 남이 대신 해줄 수가 없다.

나의 깨달음은 나의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경지가 아무리 높고 좋다 하여도 내 것이 아니다.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

임제의현 (義玄 ? ~ 867) 선사(禪師)는 수행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없애라고 했다.

아무리 부처님께서 위대하고 높다고 하여도 내가 깨친 바가 아니라면 없애야 한다.

'남의 길을 따라가지 말라!  나만의 길을 찾아라!

나 이외의 모든 것들을 남김 없이 전부 없애 버려라!

철저하게 자신만을 남겨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라!' 살불살조는  임제선사의 할() 이다.

()은 그런 의미 이다.  


오로지 나 홀로만 남겨야 한다. 나 혼자 잘 났다는 게 아니다.

홀로 행하고, 홀로 거닐고, 수행은 오로지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철저하게 홀로() 수행을 완성하게 되는 순간, 이 홀로()는 홀연히 변한다.

이제까지 혼자 행하고, 혼자 걸었지만, 깨달음에 이르게 되면 혼자는 변하게 된다.

홀로()는 함께() 로 되는 것이다.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함께() 열반의 길(涅槃路)에서 노닐게() 된다.

깨닫기 전에는 나 혼자 열심히 수행해서 깨닫는 것 인줄 알았는데 깨닫고 난 후에는 나 혼자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깨달음이란  '' 라는 존재를  철저히 알게 되는게 아닌가?

나의 시초(始初)인 부모님이 없었다면 나는 이번 생에 태어나지 조차 못 했을 것이다.

현재 나와 인연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어쩌면 그들과는 이미 전생에서 부터 이어져온 인연들 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몸속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도 많고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세포들.

그 세포들 하나하나가 또 하나의 생명이다

나는 본래 혼자가 아니었다.  

세포들이 나를 지탱해 주지 않는다면 내 어찌 움직일 수나 있었을까?

결국 세상은 나 혼자 사는게 아니다

수행 또한 그렇다.


나 혼자 잘 해서 깨닫게 된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 그게 아니었단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가 없었다면 내가 어찌 태어 날 수 있었으며, 도반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흔들리지 않고 수행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도량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스승을 뵐 수 있었겠는가?

이 모두 함께가 아니었다면 어찌 나 혼자 깨칠 수 있겠는가?


常獨行常獨步, 達者同遊涅槃路 상독행상독보 /달자동유열반로

항상 홀로 행하고 항상 홀로 거닐지만 / 통달하게 된 자는 함께 열반의 길에서 논다.


홀로가 함께로 될 때, 비로소 깨달음과 열반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함께 함을 알게 될 때 그 길이 바로 열반의 길이라.


<일일 소견>

깨달음이란 철저한 홀로 속에서, 본래 함께 하고 있음을 아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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