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성가시고 금새 찝찝해지는게 싫어 스킨조차 몇번 안바르던 것을 어제부터 솜에 스킨을 적셔 꼼꼼하게 얼굴을 들여다보며 손질을 시작 했다 .
여름 볕은 몇 번 안봐서 얼굴은 그대로 하얗게 있었지만 모공은 좀 늘고 커진것 같다고 눈썹들을 쪽집게로 정리하면서 어쩔 수 없고 하는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 평소 차를 많이 마시니 물의 부족은 잘 못느꼈는데 나이듦은 사소한 트러블로 얼굴에 표를 낸다 . 어릴 때도 더 젊었을 때도 여드름은 모르고 살았는데 이쪽으로 이사오곤 생긴 자잘한 변화들 ... 곧잘 성인성 여드름처럼 몇개씩 돋곤 하는 트러블에 스트레스가 은근하게 쌓여왔나보다 ...물을 더 정성껏 마셔주어야 겠단 그런 생각들 ..
김 훈작가의 언니의 폐경을 , 구효서 작가의 소금가마니를 읽으며 딱 어째볼 수 없는 것들을 품고 오는 나이듦을 망연하게 숨기로 흐릿한 거울을 바라보듯 하고 있다랄까?
오라비와 추석쯤엔 앉아 머리칼이 가늘어지는 것에 대해 주고받은 몇 마디도 그렇다 . 오고 있는 노화를 그림처럼 관조하는 내가 , 해가 갈수록 힘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머리카락의 탄력같이 속수무책이구나 하면서 ......
국화차를 남은 것을 싱크대에 버리면서 냉장고에서 찬물과 찻주전자의 더운물을 반반 섞어 마시며 진통제 대신 수면제를 털어 넣는다 .
잠도 제대로 취하자 ....눈도 팔도 쉬어주고 하면서 책도 읽자 . 쉬운 관리법 이라 면 쉬운 스스로 하는 케어가 이렇게나 별 것 없다 .
이 나이 쯤을 그 석양이랄 수는 없겠지 ...아직은 긴 삶이 남은 나이일테니 ...
그렇지만 늘 코 앞에 죽음을 둔 것 마냥 여기고 사는 몹쓸 염세적 생각은 쉬이 고쳐지질 않는다 .
가을이 들어서고 숨쉬기 편한 날에 한번 보자고 약속한 것들을 곰곰 생각한다 .
과연 그래질까 ... 철지난 묵은 옷들을 꺼내어 입고 나는 외출을 감행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 잠이 나를 삼키기 전에 몇자 끄적 거리다 간다 .
달 뜬 밤들 되시라 ㅡ 편안한 꿈들 되시라 ㅡ^^
16.09.18~19 사이새벽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