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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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끝나가는 겨울을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과 함께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그의 위트 넘치는 글들로 가득한 책이라니 달콤하게 빠져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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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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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저도 육아휴직을 쓰고 1년간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늘 직장 생활을 하며 바쁘게 지내다 여유가 생기니 책도 더 많이 찾아읽게 되고, 주변 정리도 하면서 아이의 말에도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 갑자기 소원이 있다는 아이가 꺼낸 말은 우리도 고양이를 키우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어릴 적 강아지는 많이 키워봤지만 고양이라면 눈동자의 변화나 울음소리도 싫고, 뭔가 악의 상징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저는 고양이가 너무 싫었기에 절대 키울 수 없다고 아이의 의견에 반대했지요.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와 신랑이 한 편이 되고, 반대하는 제가 대립하며 두 달여를 보내다 아이의 간절함에 제가 백기를 들면서 결국 2개월 된 아기 뱅갈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면서 저의 집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처음이고, 애초에 관심이나 아는 것도 없었던지라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소설 중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과 [행성]까지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의 주인공이 바로 고양이 피타고라스였고 이 책 고양이 백과사전을 완성한 지적인 고양이와 동일 묘랍니다.

인간의 실험에 의해 지능을 갖게 된 피타고라스가 자신들의 역사를 조사해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된 것이었죠. 




고양이가 쥐를 잡으며 인간의 필요로 시작한 관계의 역사부터, 바스테트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신성시 여겨지던 시절을 지나, 피타고라스 조상쯤으로 보여지는 우주로 날아간 고양이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고양이의 역사를 이야기 해줍니다. 인간이 고양이보다 우월한 것은 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도 재미있습니다. 

고양이들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인간들은 그들을 반려동물로 받아들이고 함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과 삶을 함께하면서 고양이의 근친 교배가 시작되었고 결과적으로 유전적 변이를 유발하게 되었지요. 고양이에게 불운과 악마적 이미지를 입힌 것도 결국은 인간이었고 그들과 함께하기를 선택한것도 인간이었는데요 정말 이기적이고 제일 못된 건 결국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너무 귀엽죠? 핑크젤리와 점프하며 꼬리 세우는 모습이라니 정말 사랑스러워요. 그렇게 싫어했는데 이렇게 쩔쩔매며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즐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화장실 체크며, 간식이며 제 손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서운하고 불안할 정도랍니다. 아들이 지금도 한번씩 "엄마 고양이 싫어한 거 맞아?"라고 묻고는 한답니다. 

책의 마지막에 피타고라스의 고양이 친구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바스테트의 실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스테트의 집사인 베르나르와 함께요. 




마지막 집사 된 도리로서 저희 집 주인님들 사진 투척합니다.

우리 둘째 레오는 이제 더 이상 갸르릉 테라피를 하지 않는답니다. 다 컸다 이거죠. 그 대신에 간식을 원할 때 굉장히 애달프고 간들어지는 목소리로 울면서 애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요. 막둥이 코코는 아들에게만 가서 박치기를 해주고 턱과 머리를 내어주며 갸르릉 거리고 배를 뒤집어 보여주는데 저랑 남편에게는 도도하게 궁뎅이만 보여준답니다.

이 녀석들도 모두 자신들이 마음을 내어주는 반려인이 있는 것이겠지요? 인간인 우리가 자신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들이 집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키워보니 알겠더라구요. 책을 읽어보니 더욱 이해하기 쉬웠고요.

고양이들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고 ,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집사님들에게 강추합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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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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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의 장다혜 작가님이 돌아오셨군요~ 너무 기다렸습니다. 소리꾼을 꿈꾸는 줄꾼이라니요. 이번에도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일런지 벌써부터 두근두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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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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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이라는 단어는 한 사람의 인생을 비범하고 무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단어인 것 같다.

한 사람의 생과 업적 그리고 그 삶에 대한 평가까지 내용에 들어가다 보니 뭔가 저자의 주관적인 입장이 많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또한 그렇다. 평전 작가로 유명한 츠바이크가 유난히 발자크의 평전에 가장 큰 공을 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얼마나 발자크를 애정 하는지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여느 평전들처럼 지루하고 딱딱하기보다는, 발자크의 매력이 듬뿍 느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마치 내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하며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 이야기꾼을 한 명 만난 기분이랄까?

전에 읽은 [발자크 - 세기의 창조자] 또한 저자가 발자크를 30년 동안 연구하고 쓴 책이라고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책도 츠바이크가 아끼고, 사랑하고, 애틋하게 여기지 않으면 발자크의 삶을 이렇게 책으로 엮어내지 못했으리라.

이 책은 발자크의 전 생애를 총 6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는데 발자크의 어린 시절, 작업하는 발자크, 그가 삶으로 쓴 소설, 소설가로서 발자크의 영광과 비참함, 마지막 환상의 시간, 그리고 그의 최후로 나누어 자세히 알려준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 생계를 위한 글쓰기, 사랑꾼의 면모, 귀족에 대한 집착, 한스카 부인을 향한 17년간의 사랑과 결혼, 제네바에서의 추억, 그리고 그의 작품들... 발자크 삶의 모든 것이 한편의 소설과 같다.

나이차 많이 나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불행 속으로 밀어 넣는 망상 주의자인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아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놓지 않았는데, 발자크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조금은 상상이 가는 부분이었다.


발자크 창작의 원동력은 영원한 빚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생계를 위해서 싸구려 소설을 쓰고 자유를 얻으려고 사업을 일으켰다가 몽땅 망하기도 했다. 빚을 갚고, 삶의 안정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작가라는데 어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발자크에게 펜과 종이, 그리고 커피는 분신과도 같은 것들로서 커피가 식도를 타고 위로 넘어가야 그의 몸뚱이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할 수 있었다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그에게 커피가 검은 석유였다는 비유가 정말 찰떡이지 싶다. 하루에 16시간 이상씩 글을 썼다는 발자크는 51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끝마치게 되는데 그의 짧은 수명은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마시던 많은 양의 커피와 과도한 노동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발자크는 베르니 부인과의 사랑을 시작으로 점점 여자들을 알아가며 남자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서른을 바라보던 그가 다브란테스 공작부인과 짧게 사귀고, 또 다른 여인 쥘마 카로의 진정성 있는 조언에 늘 감사하며 그녀와의 우정을 이어나간다. 천재성이 넘쳐나지만 속물근성을 억누르지 못했던 발자크는 귀족 숭배병을 버리지 못했고, 더 높은 세계로 올라서기 위한 갈망이 평생 그 자신을 괴롭게 했다. 발자크와 카스트리 부인과의 만남, 그의 낭비벽과 허세 가득한 생활들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책을 읽으며 돈과 커피 허세 많은 인간 발자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어갔다. 위인이라 느껴지기보다는 너무 현실적이라 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아서 더욱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전에 읽었던 발자크 책이 그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 거라면 이 책은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 보인다. 발자크의 작품이 무척 많은데 아직 못 읽어본 게 태반이라 여유 있을 때마다 한 권씩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그의 삶과, 인간적인 매력에 깊이 빠질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알쓸인잡의 김영하 작가가 그토록 사랑한 작가가 왜 오노레 드 발자크인지, 왜 강력 추천인지 읽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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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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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체코 하면 밀란 쿤데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읽어서였기 때문이지 않을까?그런데 체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는 따로 있다고 한다. 카렐 차페크라는 작가로, 왜 그를 로봇이라는 단어의 창시자라 부르는지 내가 몰랐던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최근 분해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으며 카렐 차페크의 [R.U.R]이라는 책을 기회되면 꼭 읽어보자 생각했는데, 때마침 너무나 좋은 기회가 생겨 이렇게 멋진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래픽 노블이라 나에게 안성맞춤이지 않은가? 

R.U.R은 섬에 들어와서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려던 늙은 로숨이 화학적 합성을 통해 원형질이라는 물질을 복제하면서 살아있는 물질인 누런 콧물 같은 젤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뒤를 이어 엔지니어인 젊은 로숨이 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인간(로숨의 생각)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그는 인간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거하고, 기능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골라 육체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쓸모없는 감정이나 창의력 따위는 없는, 그리고 기억력은 굉장한 로봇들을 만들어서 값싼 노동력으로 써먹게 된다. 인간의 수요에 맞춘 공급을 위해 로봇의 대량생산을 지속하고 어느 순간 인간은 출산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필요없는 기능이 퇴화해버린것이 아닐까?



단순하고 실용적인 로봇들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편한 삶을 누리게 되면서 더 많은 욕심을 부리게 되는데, 그러나 어찌 인간만이 욕심을 부릴 것인가? 욕망이라는 감정이 생겨버린 소수의 로봇으로 인해 반란이 일어나고 이제는 로봇들이 인간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주인을 필요치 않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이 이룬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되고, 사랑만이 소중한 것이 되어 끝까지 살아남게 된다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처음 프롤로그에서 등장한 헬레나가 자신은 인간이고 권력가 계급이지만 인권운동을 한다며 로봇들의 인권을 위해 여기저기 헤집고 다닐 때 뭔가 현실감각이 떨어진듯한 그녀의 행동 또한 인간의 오만으로 느껴졌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였다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로봇이라는 존재가 최신 기술과 흡사하게 묘사되어 있었는데, 기계적이라기보단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느낌이 강해서 더욱 그런듯하다. 저자인 카렐 차페크가 먼 미래 여행을 다녀온 후 이 작품을 쓴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차페크는 사람을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었고 그래서 인간의 유약함과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직시하면서도 그들의 평범한 삶을 그 누구보다 옹호하고 그들을 설득하고자 했다고 한다. 갈의 손에 만들어진 헬레나와 프리무스가 서로가 없으면 살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두 손을 잡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것 같은,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장면처럼 보였는데, 그 마지막 장면이 저자의 의도를 무엇보다 많이 담고 있다고 느껴졌기에 조금은 희망을 꿈꾸면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체코 문화부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능력 있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인 카테르지나 추포바의 강렬하고 센스 있는 색감들로 가득 찬 일러스트와 함께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했고, 마지막에 그녀의 스케치 노트까지 볼 수 있어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그려지고 이 책이 완성되었을지 과정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원작은 최대한 살리고 가독성이 좋은 만화의 장점도 살린데다 읽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런 책은 누구나 꼭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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