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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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이었을까요? M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VR 기술로 다시 만나게 해주는 [너를 만났다]라는 휴먼다큐였는데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부은 눈이 한 3일 동안 지속되었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이들을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거나,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아픔일 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기술을 이용해서 헤어질 시간을 주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해준다는 게 너무 가슴이 따뜻해지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갑자기 왜 오래전 방영한 다큐 프로그램 이야기냐고요?

지난주에 책 한 권을 읽었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하거든요.

 

어떤 책이었냐면 페인트, 소금 아이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희영 작가님의 신간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라는 책이랍니다.

이 소설은 열일곱 살 소년 '선우 혁'이 열여섯 살에 죽은 형 '선우 진'의 흔적을 따라가며 형의 다양한 면들을 엿보고, 그 과정에서 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떠올리고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주인공인 선우 혁은 17, 형이 다녔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가우디'라는 가상세계와 그 안에서 형의 집을 유지하던 곰솔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곰솔과 혁이 귤을 싫어하게 된 이유, 혁이의 친구 도운이 중년 남자처럼 낚시게임을 좋아하게 된 이유 등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알아가게 되지요.

 

책 속에서 귤은 중요한 상징이자 아이들의 성장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듯했어요. 주인공인 선우 혁과 형, 곰솔과 도운을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을 이희영 작가님 특유의 섬세하고 세밀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게 그려져 있어 독자들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깊은 여운을 남긴답니다.

이희영 작가님 책을 읽은 다음에는 늘 가슴이 먹먹하고 묵직하게 누르는 무언가가 느껴져요. 그래서 한참을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지요.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데, 저는 싸이월드와 도토리가 먼저 떠오르는 구세대지만 뭔가 공감되면서 추억하며 읽게 되는 책이었답니다. 게다가 이번 소설은 두근두근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어서 더 즐거웠어요.

형을 그리워하고 형의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결국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현실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독자로서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보내며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지만 결코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이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이희영 작가님의 스타일을 너무 좋아합니다. 정말 팬이죠.

저처럼 이희영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거나, 요즘처럼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 따뜻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독자라면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추천해 드릴께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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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0-08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어쩜 이렇게 감각적으로 찍으시는지, 북큐레이터 전문인같으세요

친절한묘묘씨 2023-10-08 16:23   좋아요 1 | URL
어쩜 이런 예쁜 칭찬을 해주시는지 너무 감사합니다~*^^* 전문이라니 과한 칭찬이세요~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진에 담겼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