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편지 - 제인 오스틴부터 수전 손택까지
마이클 버드. 올랜도 버드 지음, 황종민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이렇게 멋진 보랏빛 책이라니...

음각으로 패인 편지의 일부분이 표지에 쓰여있고 노란색으로 제목과 작가가 적혀있다. 표지부터 이렇게 매혹적이어도 되는 것인가?

책에는 작가 94명의 편지 94통이 실려있다.

왼편에는 편지의 원본 사진이 오른쪽 윗편엔 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의 정보와 편지가 쓰인 시기 등이 쓰여있고 아래편엔 편지의 번역본이 실려있다. 편지만 실려있었다면 작가의 당시 상황이나 배경들을 알지 못했을 텐데 페이지 구성이 완벽하다.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와 구성에 반하기는 무척 오랜만이다. 게다가 작가의 친필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작가의 편지 중 몇 가지를 적어보자.

제인 오스틴은 원래 좋아하던 작가인데 그녀의 정갈한 글씨에 또 한 번 반해버렸다. 어떻게 줄 없는 종이에 삐뚤어지지 않게 글을 쓸 수 있는 건지 나로선 이해가 안가지만 왠지 글씨체에 제인 오스틴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했다.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는 너무나 이성적으로 아버지의 교육관을 비판하는 아들의 심정이 담긴 글들이 적혀있었다. 글을 쓰며 카프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부모로서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고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허먼 멜빌과 너새니얼 호손의 우정도 편지를 통해 허먼이 호손을 얼마나 존경하고 따랐는지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고, 에밀 졸라가 레옹 도데에게 쓴 편지에서 에밀이 목로주점으로 돈을 많이 벌어 구매한 집의 나무 아래에서 전성기를 회상하며 레옹의 풍자 모음집을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그는 젊은 작가에게 조언과 기운을 북돋우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편지는 학생 시절 펜팔 하며 써본 기억이 전부인 것 같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는 문자나 카카오톡, 그리고 메일을 훨씬 편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니 말이다. 편지는 안부나 소식을 묻거나 전하고, 용무가 있을 때 쓰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엔 업무 메일이 대부분이지만...

편지라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부분들을 쓰는 경우가 많고 이 책에 실린 글들도 그렇다. 작가들은 사후 자신의 사생활이 이렇게 편지글로 드러날지 알고 있었을까? 괜히 엿보는 기분이 들어 미안하기도 했다. 편지를 읽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고, 가족과의 관계, 사랑과 이별, 상실감과 행복, 절망과 희망 등을 알게 되니 말이다. 그들의 편지를 통해 작가의 무명시절 힘들었던 일이나 친구에게 전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시절 역사의 모습도 알 수 있었고, 작가들이 사랑했던 그때의 감정과 이별의 아픔, 그들의 경험과 문학작품들의 배경도 모두 알 수 있었다.

작가는 편지도 잘 쓴다는 본문의 글이 어떤 것인지 책을 읽어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다.

손 편지를 쓰다 보면 내 필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괜히 더 솔직해지고, 감정에 따라 필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명작들을 인쇄된 책으로만 보았지 작가의 진짜 손글씨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을 통해 친필을 보고 작가의 사생활을 알게 되니 왠지 더욱 친밀감이 들었다. 94명 개개인의 삶들이 편지글이라는 짧은 글에 녹아내려있어 더욱 행복한 독서였고, 나도 손 편지를 한통 써볼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술문화]의 책은 처음인데 한눈에 반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 넘쳐흐르는 책 [작가의 편지]였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1-10-29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느 자리에서 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서 이런 책을 만나네요. 냉큼 담아갑니다. 생스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