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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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체코 하면 밀란 쿤데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읽어서였기 때문이지 않을까?그런데 체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는 따로 있다고 한다. 카렐 차페크라는 작가로, 왜 그를 로봇이라는 단어의 창시자라 부르는지 내가 몰랐던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최근 분해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으며 카렐 차페크의 [R.U.R]이라는 책을 기회되면 꼭 읽어보자 생각했는데, 때마침 너무나 좋은 기회가 생겨 이렇게 멋진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래픽 노블이라 나에게 안성맞춤이지 않은가? 

R.U.R은 섬에 들어와서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려던 늙은 로숨이 화학적 합성을 통해 원형질이라는 물질을 복제하면서 살아있는 물질인 누런 콧물 같은 젤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뒤를 이어 엔지니어인 젊은 로숨이 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인간(로숨의 생각)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그는 인간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거하고, 기능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골라 육체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쓸모없는 감정이나 창의력 따위는 없는, 그리고 기억력은 굉장한 로봇들을 만들어서 값싼 노동력으로 써먹게 된다. 인간의 수요에 맞춘 공급을 위해 로봇의 대량생산을 지속하고 어느 순간 인간은 출산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필요없는 기능이 퇴화해버린것이 아닐까?



단순하고 실용적인 로봇들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편한 삶을 누리게 되면서 더 많은 욕심을 부리게 되는데, 그러나 어찌 인간만이 욕심을 부릴 것인가? 욕망이라는 감정이 생겨버린 소수의 로봇으로 인해 반란이 일어나고 이제는 로봇들이 인간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주인을 필요치 않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이 이룬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되고, 사랑만이 소중한 것이 되어 끝까지 살아남게 된다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처음 프롤로그에서 등장한 헬레나가 자신은 인간이고 권력가 계급이지만 인권운동을 한다며 로봇들의 인권을 위해 여기저기 헤집고 다닐 때 뭔가 현실감각이 떨어진듯한 그녀의 행동 또한 인간의 오만으로 느껴졌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였다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로봇이라는 존재가 최신 기술과 흡사하게 묘사되어 있었는데, 기계적이라기보단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느낌이 강해서 더욱 그런듯하다. 저자인 카렐 차페크가 먼 미래 여행을 다녀온 후 이 작품을 쓴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차페크는 사람을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었고 그래서 인간의 유약함과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직시하면서도 그들의 평범한 삶을 그 누구보다 옹호하고 그들을 설득하고자 했다고 한다. 갈의 손에 만들어진 헬레나와 프리무스가 서로가 없으면 살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두 손을 잡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것 같은,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장면처럼 보였는데, 그 마지막 장면이 저자의 의도를 무엇보다 많이 담고 있다고 느껴졌기에 조금은 희망을 꿈꾸면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체코 문화부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능력 있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인 카테르지나 추포바의 강렬하고 센스 있는 색감들로 가득 찬 일러스트와 함께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했고, 마지막에 그녀의 스케치 노트까지 볼 수 있어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그려지고 이 책이 완성되었을지 과정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원작은 최대한 살리고 가독성이 좋은 만화의 장점도 살린데다 읽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런 책은 누구나 꼭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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