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문학의숲 편집부 엮음 / 문학의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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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처음 읽은 책이 법정 스님의 책이다. 

작년에 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다 준 책을 이제야 만난 것이다. 

첫 날은 그냥 침대에 반쯤 누운 상태로 기대 앉아 책을 읽다가 두 번째 날부터는 아침 일찍 세수를 하고 잠옷을 갈아 입고  서재에 단정히 앉아 책을 읽게 되었다.  

작년 봄, 스님의 다비식에 갔을 때의 느낌이 떠올라 그냥 편히 기대앉아 읽을 수 없었다. 

책에도 격이랄까, 분위기가 있어서 피곤할 때 읽으면 좋은 달콤한 책도 있고, 가볍고 유쾌한 책도 있고, 무겁지만 꼭 알아야할 것 같은 문제를 다룬 책도 있고, 단정히 앉아서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책도 있는 것 같다. 

50여 권의 책 중에 내가 읽은 것은 스무 권 남짓. 

스님의 법문을 듣거나 스님 생전에 소개하는 책들을 부지런히 찾아 읽는다고 했는데도 못 읽은 것이 더 많다.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을 올 겨울엔 기필코 다 읽으리라, 그 책을 다 읽기 전엔 새 책을 사지 않으리라는 결심은 또 물 건너 가고 또 보관함에 책을 가득히 넣게 된다. 

나도 스님처럼 내 인생에서 단 50권만을 추려낸다면, 어떤 책들이 내 인생의 책이 될까를 생각해 보게 만든 책. 

스님께서 사랑한 책 속에서 스님의 향기를, 스님 살아온 자취를 보게 되어 감사했던 책이다. 

요즘 들어 노안이 오려는지 책을 오래 보면 눈이 따갑다. 

눈이 건강할 때 한 권이라도 더 봐야지, 예전에 하지 않던 서글픈 결심까지 하게 되는  

아주 추운 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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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묵언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남편 출근하고 나면 그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오롯이 혼자다. 

말을 시킬 아이들도 없고, 오후에 절에 가서 참선을 하거나 절을 하고 돌아오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다. 

어젠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송정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었다. 

남편과 함께 혹은 내가 모시고 나오지 않으면 가까운 주변만 맴돌게 되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어 점심을 먹으러 멀리 나왔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행복했다.  

 

오늘 아침, 내가 만든 초장이 맛있다고 해서 시댁, 친정 갖다 드릴 것을 만들면서 문득  

'부모 자식으로 만난 이 희유하고 소중한 인연, 이 생이 다해도 이렇게 만나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젠 남편의 생일 

저녁에 작은 케익을 사들고 왔다. 

그는 아이들도 없는데 케잌을 사지 말라고 하더니, 식탁 위에 조그만 케잌을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니 너무 좋아해서 웃음이 나왔다.  

 

묵언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속고 살았는지 보게 된다. 

내가 옳고, 내 생각이 옳다는 감옥에 갇혀 살았단 것을 이제라도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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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언의 시간,,,,늘 정진하시는 님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공부입니다.
언젠가 저도 따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혜덕화 2011-01-11 17:48   좋아요 0 | URL
정진이라고 하긴 부끄럽고요, 글을 쓰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수행을 중심으로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주말엔 놀러도 많이 다니고, 정진 안하는 시간이 더 많답니다.^^
쓰리데이즈는 부산엔 안해서 헬로고스트 봤어요.
날이 갈수록 웃는 영화가 좋아요.

hnine 2011-01-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없다고 이것 저것 생략하다보면 나중에 너무 심심해질 것 같아요. 모처럼 아이들 없이도~ 하는 기분으로 해보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내 생각이 곧 나의 감옥이 되기도 하는군요. 그 감옥의 벽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두터워지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신가봐요.

혜덕화 2011-01-11 17:52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 없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답니다.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영화 볼래? 하면 바로 영화 봐도 되고
주말이면 어디 좀 멀리갈까? 하면 바로 출발하면 되고......
집에 밥 차려줄 아이가 없다는 거, 참 좋아요.
내내 이러면 심심할텐데 한 달 기한이니 맘껏 즐기려고 합니다.
다린이도 금방 클거예요.^^

프레이야 2011-01-1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 속에서 소중한 깨달음이네요.
그래요, 말이 너무 많아요. 안 해도 될 소리에 서로 상처받고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너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지요.
매사 적당하면 좋겠어요.
내 생각의 감옥이 제일 무서운 곳이겠죠.
혜덕화님 남편분 생일 뒤늦게 축하드립니다.^^

혜덕화 2011-01-12 09:06   좋아요 0 | URL
어머니의 일은 무사히 넘어가서 참 다행입니다.
저도 부모님보면 늘 잔소리해요. 새벽에 추울 때 목욕 가지 마세요, 음식 좀 잘 챙겨 드세요 등등
매사 적당히, 가 참 어렵죠.^^
 

기숙 학원에 아이를 보내놓고 처음 며칠은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공부만 하는 학원이라,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춥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았다. 

일주일이 지난 첫 토요일 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택배로 부쳐야 할 목록들이다. 

아이의 문자엔 너무 재미있고 아이들도, 공부도 재미있다고, 오기를 잘했다는 문자도 오고 어젠 잠시 전화도 왔었다. 

사람 마음의 간사함이라니. 

적응 못 할까 그렇게 마음을 졸였는데 , 너무 적응을 잘 해서 재미있다고 하니, 또 아이 특유의 친구 사귀기에 빠진 것은 아닌지, 공부 하라고 보낸 곳에서 놀기만 하지는 않나, 마음이 쓰인다.  

어제 참선 시간엔 화두는 어디로 가고, 잠깐 아이 생각을 했다. 

그래, 어디서나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도 너의 능력이겠지. 

공부 못하는 아이가 하루 종일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물어보면, 그래도 학교가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의 낙천성이 기숙 학원에 가서도 제대로 작용하는 것 같다.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공부를 대신하는 아이의 능력이겠지, 그렇게 아이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요즘은 오후에 3시간 정도 참선 공부를 한다. 

예전의 나와 다른 나를 느낀다. 

아주 예전에 통도사 수련원에서 20분 참선에도 다리가 저려서 다리를 바꾸고 온갖 잡념으로 앉아만 있었는데, 지금은 50분 앉고 10분 쉬는 시간 운영을 잘 견디고 있다. 

아직 화두가 들리지는 않고 대부분 망상과 관음 정근으로 참선공부의 맥을 못 잡고 있지만 선방 문고리를 잡은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절을 하면서도 차츰 참선 공부로 나아가는 계기가 있겠지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올 겨울 4일간이지만 그 인연이 만들어져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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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1-01-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어른과 다르게 적응이 느무느무 빠르죠.
결국 걱정은 부모님만의 몫인 겝니다. ㅎㅎ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다니 다행이죠.^*^

혜덕화 2011-01-06 17:29   좋아요 0 | URL
문제는 노는 것에만 적응이 빠르다는 것이죠.^^
아이에겐 아무 문제 없는 것을 제 생각이 만드는 것이겠죠.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_()_

루체오페르 2011-01-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은 변한다. 언제나 정진하라 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죠.
이런 변화 또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혜덕화님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혜덕화 2011-01-07 08:37   좋아요 0 | URL
마음이 하는 결심보다는 몸이 따르는 게으름을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선도 다른 분들은 오전부터 하시는데 저는 오후에만 잠시 가서 앉는거랍니다.
수행을 제 일로 삼는 도반들을 보면서도, 각자 자기 근기에 맞게 하는거지 하면서 제 게으름을 변명하고 있답니다.

루체오페르님에게도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_()_

라로 2011-01-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선을 하시는 군요~.
전는 기독교인이지만 참선을 해보고 싶어요.
3000배도 하고 싶고,,,,암튼 무엇보다 실천하시며 살고 계시는 님이 존경스러워요~~~.
아이는 어디서나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니 부러운걸요!!^^

혜덕화 2011-01-07 08:40   좋아요 0 | URL
직장 생활 하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능력을 님은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과 일을 대하면
님의 말씀처럼 후회없는 날을 보낼 수 있겠지요.
종교에 대한 편견없이 무엇이든 하고 싶어하는 님의 열린 마음이 고맙고 아름답습니다.
따로 삼천배, 참선 안해도 님의 열정적인 생활 자체가 수행이랍니다.^^
 

새해 연휴를 경주에서 보냈다. 

불국사를 수도 없이 다녀왔는데, 불국사 관음전에 들어가기는 처음이다. 

관세음보살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 없이 단 둘이 간 휴가, 편안하고 심심하고 여유로웠다. 

오전에 외출하기 전에 급하게 사진이랑 글을 올렸는데, 오후에 보니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용량이 커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네이버에서 배워가며 겨우 줄였다. 

늘 썰렁한 서재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새해 선물로 아름다운 관세음보살상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일, 기쁜 일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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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1-0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있는 사진이네요.
감사합니다. 혜덕화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혜덕화 2011-01-04 08:35   좋아요 0 | URL
직접 보면 정말 아름다운 관음상이랍니다.
2011년이 행복한 한 해가 되기 바랍니다._()_

세실 2011-01-0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색이 선명하니 고와요. 연초에 법주사에서 금동미륵대불 보았는데 금장이 바랬습니다. 몇년전에 개금불사한거 같았는데....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혜덕화 2011-01-06 08:53   좋아요 0 | URL
사진은 그 아름다움의 반도 못담은 것 같아요.
법주사는 금동미륵대불보다는 팔상전이 더 기억에 남아요.
법주사에서 새해 맞으셨나봐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히말라야 성자들의 삶
스와미 라마 지음, 박광수.박지명 옮김 / 아힘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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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산스크리학자였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스승이 한 사람 찾아온다.

아들을 낳으면 자신에게 달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는
“내 나이에 아들을 낳으면 기적일 것입니다.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스승님의 아이가 될 것입니다.”고 약속을 했다.

그 때 그의 아버지는 60세였고 어머니는 43세였다고 한다.

스승이 다녀간 후 그의 어머니는 스와미 라마를 낳았는데, 몇 년 후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그는 스승의 품에서 자라게 된다.
그는 총명하고 호기심이 많아 늘 질문을 했고 여러 스와미들과 요기들을 만나러 다녔다.
스승은 그에게 무엇을 하지 마라, 무엇을 하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가 체험을 통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기를 원했기에 수많은 스승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들 중에는 가짜도 있었고 간디나 타고르, 라마나 마하리쉬와 같은 한 시대의 스승도 만나 함께 지내는 행운도 있었다. 한 분 만나기도 어려운데 그런 분을 모두 뵈었다니 그는 준비된 제자였나 보다.

30세도 되지 않아 힌두교 최고의 승직인 샹카라차리야에 임명되었지만 라마나 마하리쉬의 침묵 속에서 닷새를 보낸 뒤 그는 샹카라차리야의 풍족함과 명예를 버리고 다시 히말라야로 돌아온다.

자기 자신을 알면 모든 것의 본질을 알게 된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깨달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출가자로서의 바쁜 삶이 자신의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된다.

한 권을 읽는 내내 아라비안나이트를 읽는 기분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 믿을 수 없는 요기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서 깨달음이나 마음 챙김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후반부엔 스스로 몸을 벗을 때를 알고 제자들 앞에서 몸을 벗어나는 요기들의 이야기, 심지어 죽은 사람의 몸으로 다시 몸을 갈아입고 태어나는 요기들의 이야기도 있다.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오늘날 고령화를 걱정하는 우리 시대를 생각했다.
독거노인의 고독한 죽음이 늘어나고 외로움과 가난과 스트레스로 치매와 갖가지 병에 걸리는 노인들이 젊어서부터 마음 챙김에 관심을 가져서 홀로 남게 되는 인생의 석양과 밤을 지혜롭게 맞이하면 얼마나 좋을까.
히말라야의 요기들처럼 스스로 몸 벗는 날을 알진 못해도 두려움과 공포와 외로움으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건강할 때 조금씩 홀로 늙는 것, 홀로 남는 것, 홀로 가는 것에 대한 명상을 해서 평온한 노년을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의 빈곤 탓인지 SF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에선 마치 글로 된 SF영화 를 보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믿지 않기엔,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것은 너무 많다.
재미있게 읽은 2010년의 마지막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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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3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은 2010년의 마지막 책이었다니 저도 호감이 가는데요.^^
저는 '고령화 가족'을 재밌게 읽었고,
오늘 <채링크로스 84번가>를 끝낼거니까 이게 올해 마지막 책이 되겠네요.^^

알라딘 머그컵은 5만원이 넘어도 머그컵 대상 도서가 한 권이라도 포함돼야 받을 수 있어요.

혜덕화 2011-01-01 07:54   좋아요 0 | URL
고령화 가족을 저도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머그컵 주는 책 쭉 살펴봤는데, 읽은만 한건 이미 사버려서 올해는 그냥 컵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일, 기쁜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