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 학원에 아이를 보내놓고 처음 며칠은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공부만 하는 학원이라,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춥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았다. 

일주일이 지난 첫 토요일 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택배로 부쳐야 할 목록들이다. 

아이의 문자엔 너무 재미있고 아이들도, 공부도 재미있다고, 오기를 잘했다는 문자도 오고 어젠 잠시 전화도 왔었다. 

사람 마음의 간사함이라니. 

적응 못 할까 그렇게 마음을 졸였는데 , 너무 적응을 잘 해서 재미있다고 하니, 또 아이 특유의 친구 사귀기에 빠진 것은 아닌지, 공부 하라고 보낸 곳에서 놀기만 하지는 않나, 마음이 쓰인다.  

어제 참선 시간엔 화두는 어디로 가고, 잠깐 아이 생각을 했다. 

그래, 어디서나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도 너의 능력이겠지. 

공부 못하는 아이가 하루 종일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물어보면, 그래도 학교가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의 낙천성이 기숙 학원에 가서도 제대로 작용하는 것 같다.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공부를 대신하는 아이의 능력이겠지, 그렇게 아이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요즘은 오후에 3시간 정도 참선 공부를 한다. 

예전의 나와 다른 나를 느낀다. 

아주 예전에 통도사 수련원에서 20분 참선에도 다리가 저려서 다리를 바꾸고 온갖 잡념으로 앉아만 있었는데, 지금은 50분 앉고 10분 쉬는 시간 운영을 잘 견디고 있다. 

아직 화두가 들리지는 않고 대부분 망상과 관음 정근으로 참선공부의 맥을 못 잡고 있지만 선방 문고리를 잡은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절을 하면서도 차츰 참선 공부로 나아가는 계기가 있겠지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올 겨울 4일간이지만 그 인연이 만들어져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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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1-01-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어른과 다르게 적응이 느무느무 빠르죠.
결국 걱정은 부모님만의 몫인 겝니다. ㅎㅎ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다니 다행이죠.^*^

혜덕화 2011-01-06 17:29   좋아요 0 | URL
문제는 노는 것에만 적응이 빠르다는 것이죠.^^
아이에겐 아무 문제 없는 것을 제 생각이 만드는 것이겠죠.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_()_

루체오페르 2011-01-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은 변한다. 언제나 정진하라 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죠.
이런 변화 또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혜덕화님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혜덕화 2011-01-07 08:37   좋아요 0 | URL
마음이 하는 결심보다는 몸이 따르는 게으름을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선도 다른 분들은 오전부터 하시는데 저는 오후에만 잠시 가서 앉는거랍니다.
수행을 제 일로 삼는 도반들을 보면서도, 각자 자기 근기에 맞게 하는거지 하면서 제 게으름을 변명하고 있답니다.

루체오페르님에게도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_()_

라로 2011-01-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선을 하시는 군요~.
전는 기독교인이지만 참선을 해보고 싶어요.
3000배도 하고 싶고,,,,암튼 무엇보다 실천하시며 살고 계시는 님이 존경스러워요~~~.
아이는 어디서나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니 부러운걸요!!^^

혜덕화 2011-01-07 08:40   좋아요 0 | URL
직장 생활 하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능력을 님은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과 일을 대하면
님의 말씀처럼 후회없는 날을 보낼 수 있겠지요.
종교에 대한 편견없이 무엇이든 하고 싶어하는 님의 열린 마음이 고맙고 아름답습니다.
따로 삼천배, 참선 안해도 님의 열정적인 생활 자체가 수행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