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묵언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남편 출근하고 나면 그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오롯이 혼자다. 

말을 시킬 아이들도 없고, 오후에 절에 가서 참선을 하거나 절을 하고 돌아오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다. 

어젠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송정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었다. 

남편과 함께 혹은 내가 모시고 나오지 않으면 가까운 주변만 맴돌게 되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어 점심을 먹으러 멀리 나왔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행복했다.  

 

오늘 아침, 내가 만든 초장이 맛있다고 해서 시댁, 친정 갖다 드릴 것을 만들면서 문득  

'부모 자식으로 만난 이 희유하고 소중한 인연, 이 생이 다해도 이렇게 만나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젠 남편의 생일 

저녁에 작은 케익을 사들고 왔다. 

그는 아이들도 없는데 케잌을 사지 말라고 하더니, 식탁 위에 조그만 케잌을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니 너무 좋아해서 웃음이 나왔다.  

 

묵언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속고 살았는지 보게 된다. 

내가 옳고, 내 생각이 옳다는 감옥에 갇혀 살았단 것을 이제라도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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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언의 시간,,,,늘 정진하시는 님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공부입니다.
언젠가 저도 따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혜덕화 2011-01-11 17:48   좋아요 0 | URL
정진이라고 하긴 부끄럽고요, 글을 쓰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수행을 중심으로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주말엔 놀러도 많이 다니고, 정진 안하는 시간이 더 많답니다.^^
쓰리데이즈는 부산엔 안해서 헬로고스트 봤어요.
날이 갈수록 웃는 영화가 좋아요.

hnine 2011-01-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없다고 이것 저것 생략하다보면 나중에 너무 심심해질 것 같아요. 모처럼 아이들 없이도~ 하는 기분으로 해보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내 생각이 곧 나의 감옥이 되기도 하는군요. 그 감옥의 벽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두터워지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신가봐요.

혜덕화 2011-01-11 17:52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 없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답니다.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영화 볼래? 하면 바로 영화 봐도 되고
주말이면 어디 좀 멀리갈까? 하면 바로 출발하면 되고......
집에 밥 차려줄 아이가 없다는 거, 참 좋아요.
내내 이러면 심심할텐데 한 달 기한이니 맘껏 즐기려고 합니다.
다린이도 금방 클거예요.^^

프레이야 2011-01-1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 속에서 소중한 깨달음이네요.
그래요, 말이 너무 많아요. 안 해도 될 소리에 서로 상처받고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너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지요.
매사 적당하면 좋겠어요.
내 생각의 감옥이 제일 무서운 곳이겠죠.
혜덕화님 남편분 생일 뒤늦게 축하드립니다.^^

혜덕화 2011-01-12 09:06   좋아요 0 | URL
어머니의 일은 무사히 넘어가서 참 다행입니다.
저도 부모님보면 늘 잔소리해요. 새벽에 추울 때 목욕 가지 마세요, 음식 좀 잘 챙겨 드세요 등등
매사 적당히, 가 참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