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묵언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남편 출근하고 나면 그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오롯이 혼자다.
말을 시킬 아이들도 없고, 오후에 절에 가서 참선을 하거나 절을 하고 돌아오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다.
어젠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송정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었다.
남편과 함께 혹은 내가 모시고 나오지 않으면 가까운 주변만 맴돌게 되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어 점심을 먹으러 멀리 나왔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행복했다.
오늘 아침, 내가 만든 초장이 맛있다고 해서 시댁, 친정 갖다 드릴 것을 만들면서 문득
'부모 자식으로 만난 이 희유하고 소중한 인연, 이 생이 다해도 이렇게 만나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젠 남편의 생일
저녁에 작은 케익을 사들고 왔다.
그는 아이들도 없는데 케잌을 사지 말라고 하더니, 식탁 위에 조그만 케잌을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니 너무 좋아해서 웃음이 나왔다.
묵언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속고 살았는지 보게 된다.
내가 옳고, 내 생각이 옳다는 감옥에 갇혀 살았단 것을 이제라도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