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말을 꺼낸 것이 계기가 되어 통도사 새벽 예블에 다녀왔다.

2시에 일어나서 옷을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3시 40분부터 시작된 예불은 거의 1시간 정도 걸렸다.

내 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는지, 그리고 노보살님들은 어디 계시다가 그렇게 일찍 와서 앉아계신지 예불을 마치고 나올때쯤 보니 최소 오백명은 넘는 인원이 설법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설법전 예불을 마치고 나오니 대웅전, 관음전 등 법당마다 스님들의 목탁소리와 독경 소리가 들렸다. 목도리와 장갑과 따뜻한 옷으로  무장을 하고 나와도 추운데, 가사장삼 아래 아무리 많은 옷을 입어도 새벽의 추위 속에서의 예불은 힘들고 춥겠구나, 싶었다.

새해라고 어제와 다른 날은 아니지만

올 한 해는 세월호 같은 슬픔이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이 자식 키우며 사는 일에 두려움이 삶의 기저가 되지 않기를 빌었다.

새벽에 뿌리던 눈발에 눈이 쌓이면 어쩌나 잠시 걱정했지만

예불 마치고 오는 길은 맑고 아름다운 새벽별을 보여주었다.

새해의 시작.

세상의 모든 사람과 존재들에게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한 해가 되기를.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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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2015-02-0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열심히 기도, 수행, 독서를 하시고 계시는군요.. 건강하게 잘 계시죠? 오랜만에 인사전합니다. 정해진 3년이 되어, 또다시 보금자리를 옮기는 때가 되었습니다. 모처럼 지도를 펼쳐놓고 여기저기 찾아다가, 그간의 세월동안에 만났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무척 빠릅니다. ㅎㅎ
 
나의 행자시절 3 -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박원자 엮음, 김민숙 사진 / 다할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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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뉴스도 드라마도 영화도 보지 않았다.

세상의 어떤 영화보다도 더 충격적이었고 고통스러웠던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말할 의욕도, 희망도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번 여름, 해인사 여름 수련회를 4박 5일 다녀왔다.

새벽 예불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의식, 새벽 4시의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서 성철 스님 사리탑에서 108배와 참선, 스님의 청정하고 맑은 염불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의 슬픔을 씻어내고 온 것 같으나 나는 아직도 슬프다.

사람으로 이 고통스런 세상으로 자꾸 윤회하여 와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고 세월호가 아직도 슬프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나의 행자시절을 읽었다.

초발심의 젊은 행자들의 치열한 삶과 이제는 아름다운 일화로만 남은 큰 스님들의 따뜻하고 크신 보살행을 글로 만나면서 내 생의 남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가 중에 41명이나 출가한 일타스님의 일화는 특히 자비의 마음 크기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였다.

일타스님의 상좌 하나가 환속하고 장가를 갔다. 많이 배우지 못한 상좌가 처가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을 해서 두세 해가 지나도록, 스님께선 승적을 정리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제자가 아무개는 애기 낳고 잘살고 있는데 아직 승적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좀 언짢은 소리를 하니 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집안 좋고 배운 것 많은 그 아이 처가 내 상좌와 얼마나 살는지 걱정이 된다. 혹시나 그 애가 버림 받으면 오갈 데 없이 불쌍하지 않느냐? 한두 해 더 두고 봐서 잘 살면 정리하마”고 하셨다고 한다.

스님이나 신부님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조금만 잘못해도 수행자가 어쩌구저쩌구 비난하고 비판한 우리는 ‘인간’에 대한, 나약한 ‘존재’에 대한 자비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는 동산스님, 청담스님, 성철스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예전에 너무나 구수하게 들어서 목소리가 낯익은 일타스님의 일화도 있어 내게는 감동과 수행에 대한 발심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권의 송담스님 글에는 성철스님과 지월스님의 일화가 있다.

지월스님이 가시기 전, 병고를 받아들이시고 수술을 마다하고 해인사로 돌아와 경내를 말없이 돌아보셨다고 한다.

성철스님께서 방으로 찾아와 예의 그 투박한 음성으로

“아파요?” 하고 물으셨다.

아무 말씀없이 조용히 웃음지으시던 지월 스님

“몸 바꿔야 되겠네요.”

스님께선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셨다.

“그럼 먼저 가소.”

지월 스님께선 바로 다음날 고요히 몸을 바꾸셨다. p321

 

이번 여름 해인사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오욕락이 들끓는 세상에서 청정하게 자신을 닦아나가고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학인들과 스님들을 보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도록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출가 시킨 엄마 마음이라고 할까, 짠하고 대견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젊은 스님들이 올곧게 잘 수행해 가시기를 진심으로 발원한다.

새벽 산사에서 들리던 학인 스님들의 경 읽는 소리, 도량석을 도는 소리, 초를 다투며 생활하시던 승가대학의 모든 학인 스님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기를.

 

삼일수심 천재보, 백년탐물 일조진,

삼일 마음 닦은 것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물질을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라.

스님들께서는 스님들의 처소에서

재가불자인 저희들은 저희들이 삶 속에서

계행을 지키며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며 살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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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14-09-2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네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려요. 요즘처럼 밖으로만 향할 때 혜덕화님 이름만 봐도 정신차려야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침 저녁 기온차가 큽니다. 건강하시고, 슬픔 중에도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혜덕화 2014-09-20 20:13   좋아요 0 | URL
이누아님. 정말 오랫만입니다.
간혹 책 사러 와서 님의 글을 보긴 했지만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싶어
인사도 건네지 못했네요.
저는 평온하고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이 평온과 평화가 얼마나 허약한 망상 위에 지어진 집인지 잘 알면서도
수행하는 삶을 살지는 못합니다.
금강경 읽고, 자비도량참법 읽고 매일 절은 하지만
절벽 끝에서 떨어지는 꿀 한 방울에 안주하는 삶을 살 뿐입니다.
자신을 경책하는 의미에서 요즘은 예전에 사 두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습니다.
오늘 햇살과 바람은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지,
이 삶이 허약한 망상 위의 집이라고 해도, 아름다운 이런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아기들 많이 컸지요?
아기들도 님도 행복한 가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_()_

라로 2015-01-01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그동안 잘 지내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2015년이 밝았네요~~~. 늘 건강하시고 알라딘에서 좀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욕심내 봅니다. 혜덕화님의 글을 통해서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자주 하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혜덕화 2015-01-01 12:43   좋아요 0 | URL
앗, 나비님.
너무 반가워요.
요즘은 폰으로 글을 잠시잠시 읽고 보니
댓글도 달지 않게 되고, 글도 쓰지 않게 되더군요.
미국에서 잘 생활하고 계신 것 같아 사실은 마음으로 굉장히 흐뭇해하고 있었답니다.^^
씩씩한 나비님,
하시는 일 더 잘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_()_
 

삶이 고해라는 말.

요즘 들어  정말로 삶이 고통스럽다.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선암사에 올라 간절히 빌었다.

제발 아이들이 돌아올수 없다면

죽은 시신이라도 돌아와서

이 몸을 나라고 믿고 사는 중생들의 근기에 맞게

이별 인사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아이를 차가운 바닷물 속에 두고

어떻게 팽목항을 떠날 수 있겠는가 싶어서

살아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마지막 가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게해달라고 빌었다.

뉴스는 도저히 볼 수가 없고

스마트폰으로 실종자의 수만 검색했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아

살릴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그냥 보내버린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비통하고 슬퍼하게 내벼려두어도 좋으니

너의 부모에게는 꿈 속에서라도 모습을 나타내어

이별 인사를 하고 가렴.

미안하다. 

오월의 햇살도 바람도 꽃들도

너무 맑고 부드러워 오히려 슬프구나.

미안하다. 아가들아.

고통없는 세상에 닿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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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사원의 지옥 형상

 

 

 

 

 

 

 

 

 

 

 

 

 

 

 

 

 

 

백색 사원 안 화장실

 

 

 

 

 

 

 

 

 

 

 

 

 

 

 

 

백색 사원

현재 태국의 대학 교수가 6년 전부터 짓고 있는 사원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교수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서 ‘살아서 공덕을 짓지 못해 지옥에 있다, 너라도 나를 위해 공덕을 지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6년 전부터 자기가 모은 돈으로 절을 지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입장료를 받아 지으면 자기 돈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서,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들어가는 입구엔 지옥을 묘사한 조형물이 있고, 절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찍지 못했지만 극락을 형상화 한 것 같았다.

백색 사원 옆의 화장실도, 황금빛으로 칠하고 예쁘게 지어 놓아서, 모르고 보면 사원 같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태국은 소승 불교의 나라라서, 자기 기도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적인 행사가 있는 날이면 거의 전 국민이 사원을 찾아온다고 한다

후세의 사람이 소승, 대승 갈라 놓았지

지혜와 자비에 나와 남이 갈라져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분이 사원을 지은 공덕이

모든 부모님들께 회향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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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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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약속의 땅에서 지내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의 하나로 전쟁 중에 열매를 맺는 나무는 '죽이지 말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단순히 나무에만 적용되는 계율이 아니라 그릇을 깨거나 옷을 찢거나 건물을 무너뜨리거나 우물을 막거나 음식을 낭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죽이지 말라'는 계율을 어긴 것이다."-69쪽

우리 가족을 위해 영양이 풍부한 상을 차리는 것이 언제부터 꼬박꼬박 지킬 수 없는 허드렛 일이 되었을까? 그 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을까?
인생 자체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편의용품을 더 많이 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나는 자기 꼬리를 먹는 뱀 같다.
편의를 위해 허비하는 행위는 내가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인생은 그 자체가 허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손을 거쳐가는 물건들을 소중하게 다루면 내 발밑으로 지나가는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쓰레기를 복도에 내어놓는 순간, '나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된다.
내가 일회용품을 처분하는 순간, 내가 누린 편의가 전 인류에게 민폐가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의 80%가 일회용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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