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의 사랑 -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
임지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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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사랑
임지은
side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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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 사랑, 사랑의 스펙트럼에는 연애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사랑의 범위는 확장되며 그 기간 또한  연중무휴라고 한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의 담대하고 진실된 기록이다. 90년생 임지은은 누군가의 딸이며, 언니이고 또 연인이다. 그리고  페미니스트이다. 대상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리하지만 동시에 그 시선으로 자신을 관통하기에 정면돌파의 용기가 감탄스럽다. 자신에게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단순히 정신승리가 아닌 치열한 태도로 접근하고 진실된 눈으로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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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혼가정이라는 단어가 싫지 않다. 그 단어는 내가 무엇을 겪어낸 사람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내 부모가 이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단단한 사람들만이 부서질 수 있다. 정면으로 상실해본 내 가족의 얼굴들은 부서졌지만 사라지진 않았고, 단지 이별한 자리에 남아 윤슬처럼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다.
― 1부 2장 ‘이혼한 부모를 가진 이에게’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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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페미니스트로서 일상을 살아가며 느낀 생각들과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유쾌함과 무게를 동시에 갖기에 문장마다 지지하게 한다. 또한 스스로 갖는 의문에 대해서도 과감히 대면하는 자세를 보며 저자를 무한히, 그러니까 연중무휴 신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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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침 이후의 메아리나 대상 뒤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메아리나 그림자의 숨은 주인은 나다. 선이나 악이라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위장된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이 있지 않았었나 자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태도로 밀고나가며 세상을 보는 눈으로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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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만남 19
최영희 지음, 김윤지 그림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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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칡
#최영희
#창비
#소설의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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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인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다.
100쪽이 안되는 부담없는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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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마을에
괴수처럼 뻗어오는 칡으로부터 
작고 사소한 것들을 지켜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공도, 실패도 아닌 지점에서 끝나는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의 삶과 매우 닮아있다.
칡, 의 자리에 무엇이든
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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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훈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저 칡밭에가기 전까진 세상에는 칡을 캔 사람과 못 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시훈이는 캘 수 있는 데까지 캐다가 떠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끝내 칡을 두고 돌아선 그 사람들은 어찌 지내고들 있을까."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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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할 수 있는데까지 하다가
떠난 사람이라면
'할 수 있다'에 대해 인정하는 지점은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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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아서 바로 구입한 책이다. 전혀 결은 다르지만 
정한아의 <달의바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대답을 찾지 못했지만
슬퍼지는 이유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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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만남 19
최영희 지음, 김윤지 그림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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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에서 칡이라는 낯선 소재로 몰입감을 준다. 그리고 결말의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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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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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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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멀리 밀어난 느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스벤과 파커. 뇌전증 환자로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스벤과 강도사건으로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 파커. 두 사람은 날 세운 태도로 세상을 대하지만 결국 그들은 반려견 '알래스카'를 통해 교점을 만들고 서로 손을 잡고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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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을 앓는 스벤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발작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새학기를 맞는다. 스벤은 일상의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발작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의연함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스벤의 태도는 안타깝다. 한편 파커는 강도사건을 당한 가족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다른 집으로 입양보낸 반려견 생각으로 우울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리운 반려견 알래스카가 스벤의 도우미견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파커는 스벤의 집에 잠입해 알래스카를 데려올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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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를 찾아간 파커는 스벤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본다. 스벤은 복면을 쓰고 몰래 찾아온 파커의 진심을 알게 된다. 결핍과 결핍이 만나 충족을 이루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의 셈법은 짐작과 다르며 그 특별함에서 감동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응원이자 존재의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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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 역시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이다. 교실에서 발작을 일으키며 기절하는 스벤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강도를 당한 가족들과 아끼는 반려견을 떠나보내야한 파커의 사정도 일상에서 당연스럽게 일어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다르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틀린 것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무의식적인 거부를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스벤과 파커의 모습은 불쌍하거나 안타깝다기보다는 그 생생함에 나의 진심에 얼마나 솔직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다름을 다름으로 포용하고 진실한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지만 어른독자가 작품 속의 청소년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안녕알래스카_서평단 #안녕알래스카 #안나볼츠 #문학과지성사 #문지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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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세계사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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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세계사
펠리체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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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세계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책을 만나야 할까. 학창시절처럼 상세히 암기하고 답을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재미와 흥미에 초점을 맞춰 숨겨진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도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의 사건과 인물을 외우며 지식자랑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세계사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는, 현재를 살아가기위해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혜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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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스세계사는 한명의 저자가 아닌 다수의 저자가 보는 역사를 다각도의 시점으로 조망한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견지에서 풍부한 조사와 사료를 기반해 역사를 보는 통찰력을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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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구분이 있기는 하지만 년도에 근거를 하면서도 저자들만의 사유가 충분히 담겨있으며 학술적인 근거 또한 충실하다. 특히 나는 코로나19시대에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를 지구온난화라는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이해가 부족했다. 이 책 또한 분량과 이해에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선사시대부터 기후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역사적 조망 안애서 다루고 닜다.

66쪽,
북위 55도 이북에 정착할 때 직면했던 난제가 반드시 추위였던 것은 아니다. 물론 지독하게 춥긴 했지만, 인간 정착의 특성이 희석된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특히 광범한 지역 연결망을 매개하는 재화의 교환이, 그리고 친족화와 같은 관습이 희석되었다. 인구 밀도가 낮고 식량을 저장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인간 집단들이 예측 가능한 접촉과 회합을 통해 사회적 단위로 기능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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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다. 세계사에서 정치, 종교, 경제, 예술 등 의 주제가 저자들의 견해에 따라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2008년까지 언급하고 있으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사유를 깊이있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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