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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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의힌트
하승민, 김희재, 강성봉, 김유원, 서수진, 박서련, 강화길, 한은형, 강태식, 장강명, 최진영, 주원규, 서진, 조영아, 조두진, 권리, 심윤경, 박정애, 한창훈, 김연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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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십대에 사랑했던 소설은 단연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이었다. 한국 장편소설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매해 다른 신인작가의 출연을 반가워하며 기다렸다. 시작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과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었는데 이 책은 여러번 다시 읽고 주변에 선물하며 열심히 한겨레 문학상을 알려왔다. 그렇게 30년 동안 우리 문단에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온 한겨레문학상 수상자들의기념 앤솔로지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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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강화길, 한은형, 최진영 등의 작가를 알게된 것도 한겨레문학상을 통해서 였다. 그들은 신인이었지만 모두 매력과 개성 그리고 문제의식까지 명확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이후에도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하고 있다.
마치 이들의 안부에 응답하듯이 이들의 단편을 한겨레문학상 앤솔로지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모든 작가의 작품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많은 작가가 참여하여 굉장히 알찬 작품이 되었다. 이들의 단편을 하나씩 읽으며 데뷔작과의 결을 확인하기도 하고 또한 달라진 모습을 알아보며 흥미롭게 읽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데뷔작을 모티프로 한 외전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독자들이 기다려온 멋진 기획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역시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내가 애정하는 작가의 단편은 반갑게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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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긴장감으로 기억하는 김희재의《탱크》는 〈잠도 가는 길〉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전작에서와 달리 치유의 서사는 은은한 감동으로 남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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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박서련의〈옥이〉의 옥이를 통해 강주룡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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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은형의 작품을 가장 먼저 읽었다. 한은형의〈빵과 우유〉는 여성 예술가로서 모성에 대한 의심과 혼란이 섬세하게 그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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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가 뜬다》는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인 <어나니>역시 유쾌함과 불편함사이에서 특별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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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한겨레문학상에서 만난 최고의 작품이다. 여전히 동구라는 이름에는 그리움이 묻어난다. 이번작품인〈너를 응원해〉는 똑똑한 아이를 기르는 가족 간의 문제가 그려져있는데 작가가 전하는 감동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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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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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원고료지급

밤새들의도시
김주혜
다산북스


오로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때로 무너지지만 다시 일어서는 강렬한 서사의 주인공, 발레리나 나탈리아의 삶은 무대 그 이상이었다.
발레를 소재로 하지만 이는 예술이라는 주제로 수렴한다.
무대 위의 발레리나만을 생각했지만 무대에 오르기 위한 노력과 갈등,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을 이끈다. 강렬한 열정을 품고 예술가로 살아가는 이들의 성장과 아픔에 대해서 작가의 유려한 문장으로 이어간다. 마치 영화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재생되는 것처럼 빠져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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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에서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녀는 최고의 기량과 명성을 자랑라는 프리마 발레리나였다.
그녀가 가졌던 추억은 슬픔의 자리를 남기고 때때로 그녀의 기억은 되감긴다. 그녀가 발레로 성장하고 최고의 명성을 얻고 그 사이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등등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진다.
강렬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의 삶을 그린 만큼 이 소설의 작가 역시 문체와 구성이 매우 몰입감을 준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영상화를 기다린다. 사실 발레에 대해서 사전지식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한 나탈리아가 그렇게 대단한 발레리나가 되는 과정이 물론 천재적인 재능 때문이겠지만 좀 갑작스럽기도 했다. 소설에서의 묘사와 심리구사사 탁월하지만 좀더 깊이있게 감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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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주혜라는 이름을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이유가 이 책에 있으며 아울러 작가의 전작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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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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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제작비지원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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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후회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처참함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떠나간 여자를 온전히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반성하는 것도 아닌 그 사이에 멈춰선 남자. 주인공 카헐은 그 지점에 있다. 오직 클레어 키건만이 포착할 수 있는 인간의 내면의 복잡성을 명료하고 선명한 문장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시도들이 평범한 서사일수도 있지만 키건의 소설 속에서는 관계에서 느끼는 무례와 당혹감들이 마음속에서 어두운 질문을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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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인간의 싸움과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대체로 매끄럽게 흘러갔다."
(1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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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키건의 새 소설집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주제로 한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남녀간의 감정과 갈등에 대해서 다루겠지만 이 소설집은 다른 느낌이다. 화려한 서사 혹은 매혹적인 주인공으로 집중하게 되는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책은 불편한 질문을 이어가게 한다. 표제작 뿐만 아니라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과
<남극>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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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고통스러운 죽음>는
‘뵐 하우스’라는 작가 레지던스에 찾아온 여자 작가가 불편한 전화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지던스를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한 독문학 교수 때문에 그녀는 여유롭게 읽고 쓰는 시간을 망처버린다. 그래도 손님을 생각하며 케이크를 굽는 여자는 막상 그를 만나고 최악의 상상으로 스스로 방어하게 된다.
<남극>은 평범하게 시작되지만 충격적이다. 평범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가 불길한 예감 사이에 일탈을 저지르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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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 모두 불편함 혹은 그 이상의 불행으로 이어지는데는 상대방 남자가 원인이 된다. 독자에게는 인물을 비난하는 것 이상의 긴 불편함이 따르고 포착하지 못한 감정을 서사로 전달하는 작가의 능력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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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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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테이블포투
에이모 토울스
김승욱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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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의 조건 중 하나는 파열선의 포착이라고 한다. 단편은 장편에 비해 짧지만 그 서사의 물리적 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포착해낸 그 사건은 현재에 중심을 둔 채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도 파동을 만들어낸다. 에이모 토울스의 신작 테이블포투에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탁월한 단편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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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우연에서 사건은 꼬리를 물며 예상치못한 경로를 그린다. 독자는 작가의 손끝을 따라가듯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빠져든다. 두 도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의외의 인물, 의외의 사건, 의외의 전개는 반전이라기보다 낯선 파동을 남기며 소설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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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푸시킨은 줄서기 끝에 뉴욕에 다다르고 (줄서기)
작가지망생 티모시는 헌책방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빠져든다(티모시 투쳇의 발라드)
공항에서의 사소한 배려가 예상치못한 상황으로 이끌고
(아스타 루에고)
미행은 결국 균열과 파국으로 향한다. (나는 살아남으리라)
카네기홀에서 불법 녹음을 하는 노인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고(밀조업자), 전직 경매사의 예술품 추적을 지켜보게 된다(디도메니코 조각)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 사건들이 겉잡을 수 없이 결말을 향해 전진하는 스토리들은 재미 이상의 통찰을 이끈다. 이어서 장소를 옮겨 로스엔젤레스에서도 이야기는 새롭게 계속된다. 유명한 두 도시의 화려함에만 주목해왔으나 역시 그 안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긴 분량임에도 흥미진진하여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에이모 토울스의 명성에 걸맞는 수작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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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투 포.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대화에서 시작되는 사건과 매력적인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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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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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스물두번째레인
카롤리네발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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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롭지만 언제든지 불행이 찾아올 가능성이 잠재된 틸다의 일상. 때때로 틸다에게 여유를 찾아주는 곳은 수영장이다. 자유롭게 원하는 곳까지 나아갈 수 있는 수영장은 틸다에게는 일상에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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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소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는 틸다는 일상의 무게에 간신히 버티고 살아간다. 단조로운 삶이지만 순조롭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심각한 알콜중독자인 엄마의 모습은 절망감을 주고 동생 이다에 대한 사랑은 때로는 책임으로 다가온다. 미래에 대한 꿈의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행운으로 반기기보다는 애써 외면하며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틸다의 삶은 어느하나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감정적 동요없이 이 시간을 묵묵히 버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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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의 삶을 응원하면서도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걱정스러움이 앞섰다. 틸다를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하는 학업의 기회에도 기쁨보다는 걱정을 이어가야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익숙한 틸다의 내면은 침착하지만 어딘가 불안해보인다. 사랑하는 동생 이다를 떠나도 될까? 그리고 알콜중독인 엄마는 어떡하지? 자신의 인생 앞에서도 무거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틸다의 모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틸다의 선택은 삶에 대한 직면이며 가장 틸다다운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여운이 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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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이면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으며, 그 누구와도 내 자리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요란하게 웃고, 이제 내가 울지 않아서 기쁜 이다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다가 있고, 이다에게는 내가 있으니까.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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