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2084 - 개정판 라임 틴틴 스쿨 1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 라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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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084
개정판
요슈타인 가아더 (지은이), 박종대 (옮긴이) 라임
#라임출판사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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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4년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으로부터 60여년 후 지구를 상상해본다. 아마도 60년 전의 세계를 떠올리면 그만큼의 속도가 더욱 진보하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긍정적인 대답은 어렵다. 발전의 속도를 누렸지만 그 이상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다양한 생물의 멸종과 자원의 고갈을 예상하는 암울함 전망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기술적 편리에 대해 만족할 뿐 미래에 대한 고민는 부족하다. 우리가 없는 미래의 지구에 대해서 지금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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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지구 온난화니 기후 변화니 하는 단어가 들렸다. 처음 듣는 단어들인데도 이상하게 노라의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세상이 늘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있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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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라는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해 두려운 상상을 하게되고 공포심에 이끌려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꿈에서 2084년의 지구가 나오고 거기서 노바를 만난다. 노바가 살고 있는 미래의 지구는 암담하다. 자원 과 식량의 고갈로 인구가 줄어들고, 동물들도 대부분 멸종된다. 또한 심각한 지구 온난화로 더 이상 화석 연료를 사용할 수가 불편한 생활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꿈에서 미래를 경험한 노라는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남자 친구 요나스와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며 대안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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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책임윤리를 통해 인간에게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이 있음을 주장한다. 현재에 한정되어 있던 윤리적 책임의 범위를 공간적으로는 전체 자연으로, 시간적으로 미래 세대의 인류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의무는 미래에 대한 공포심에 기반하는 것으로 볼 때 이 책에서 주인공 노라가 상상과 공포를 통해 2084년의 꿈을 꾸는 설정이 한스요나스의 이론을 떠올리게 했다. <소피의세계>작가인 요슈타인 가이더의 의도대로 환경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문학 서사로 재탄생한 훌륭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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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며 낙관하기 보다는 소설의 노라처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서 적극적 행동을 고민하고 또 실천할 수 있다. 2084년의 상상은 암울하지만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달라지지 않으면 결국 더 빠르고 심각하게 닥쳐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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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의 생명윤리에서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에 책임을 질 것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 노라가 증손주인 노바를 꿈을 통해 만나 미래의 환경을 위해 남긴 편지는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미래 세대를 위한 우려와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고등학생이라면 꼭 읽기를 추천하는 훌륭한 소설이다. 동시에 한스요나스의 사상과 작가의 주제의식 또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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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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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상자


정소연의 sf에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sf소설에 인간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진짜 사람' 그러니까 내 삶의 안위와 작은 좌절과 관계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진짜 사람이 있다. 우주의 한가운데 에 있더라도 사람은 사람이다.
sf는 섬광이 번쩍이고 화려하게 빛난다. 하지만 그 아래 그림자에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우주의 광막함에서 그리고 팬데믹의 광풍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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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에 대해 내가 가진 편견 때문인지 정소연의 소설은 미래소설이라고 느껴진다.
희망만을 갖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꿈꾸는 미래도, 재난의 가능성으로 두려움으로 피해가려는 미래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미래. 불안과 안도의 적절한 비율로 때로만 만족과 후회가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가는. 어쩌면 단절없이 현재에서 이어진 미래를 상상할 때 가장 당연한 가정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소연의 소설을 통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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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두케우스 이야기
이사 | 깃발 | 한 번의 비행 | 가을바람 | 무심(無心) | 돌먼지 | 비 온 뒤 | 재회 | 집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
처음이 아니기를 | 미정의 상자 | 수진 | 지도 위의 지희에게 | 현숙, 지은,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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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은 둘로 나눈다. 일단 '카두케우스 이야기'는 우주여행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우주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기다리고 꿈으로부터든 사람으로부터든 좌절하기도 한다. 두번째로 '무너진 세계에서 우리는'은 2020년 경험한 팬데믹을 다루고 있다.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내는 인물들은 대체로 차별과 소외를 겪어내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차갑고 이들은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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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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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봄의불확실성
시그리드누네즈 소설
민승남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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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확신이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자리에서 주저할 뿐이지만 그 고민이 주는 긴장감은 결국 어떤 대답에 도달하게 한다. 그해 봄, 저자인 시그리드누네즈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불확실성 속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스스로 단절의 시간을 가졌던 그 때, 코로나19의 시기. 전세계가 팬데믹의 시간 앞에 어쩔 줄 모르며 봉쇄로 시간을 버티었던 기억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불안한 고요, 불확실한 내일. 이제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런 안일한 마음이 앞설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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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화와 자유가 불안과 고립감으로 뒤바뀐 시간. 분투는 우리만이 아닌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인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기억들을 소환한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로 섬세한 문장들이 마음에 켜켜히 쌓이는 이유는 시그리드 누네즈만이 그릴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지인의 집에서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집에서 평화롭지만 적막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주인공보다 앞서 앵무새를 돌봤던 베치라는 청년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예상치 못하게 함께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팬데믹의 시기에는 더한 불안과 불신으로 거리를 두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상을 어느정도 선에서 공유할 수밖에 없다. 베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기에 주인공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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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인의 애완동물을 통해 예상치못한 만남으로 한 집에서 거주하는 설정은 로맨스의 시작처럼 짐작할 수도 있지만 노인인 소설가와 예민하고 분노조절이 어려운 대학생의 만남에 심지어 팬데믹 시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물리적 봉쇄는 열 수 없는 시기라도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어가는 것은 희미하지만 평온의 "확실성"을 준다. 소설이지만 시그리드누네즈의 경험담처럼 느껴지는 것은 진실하고 울림이 깊은 문장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건너온 시기를 기록해주는 작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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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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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김시습
돌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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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를 처음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예술사이자 학자로 여겨진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만나기도 했고 분량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꿈과 상상력,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절히 어울려져 매혹적인 스토리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지는 않지만 이번 돌베게의 금오신화는 원문에 충실한 부분과 삽입된 시의 문학성이 특히 돋보였다고 본다. 과거에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독서는 각각의 시에 깊게 이입하며 읽을 수 있는 좀더 풍요롭고 입체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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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의 단편은 다음과 같다.
1.만복사저포기만복사에서 저포로 내기를 하다
2.이생규장전 이생이 담장을 넘어가다
3.취유부벽정기 술에 취해 부벽정에서 놀다
4.남염부주지 남염부주에 가다
5.용궁부연록 용궁의 잔치에 초대받다
마지막으로 갑집 뒤에 쓰다라는 짧은 글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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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게에거 출간된 금오신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작품해설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대해서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초의 소설이랄지, 금오신화가 받은 사상적 영향이랄지, 이전에 신비한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부분이 해설을 통해 좀더 깊이있는 읽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작품해설에서 이 책에 대한 해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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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는 세조의 왕위 찬탈에 맞서 김시습 자신이 취한 행로(行路)와 실존적 태도의 미학적 육화(肉化)다. 이 점에서 그것은 김시습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더없이 잘 보여 주는 일종의 ‘자화상’이라 이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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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는 고전 중에 고전이다. 이야기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만 작가인 김시습이 이 소설을 쓴 시대적, 사상적 배경을 통한 깊이 있는 이해에 다다르면 갖는 위상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각각의 이야기에 빠지고 아름다운 시 한수가 기억에 남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김시습의 삶과 아픔이 담겨 있는 작품들을 오래 생각하게 되도록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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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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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일생을 다룬 다산은
시간 순으로 정방향이 아닌
일생의 사건들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역사속 인물로 그 시작과 끝을 익히 알기에 이런 사건별로의 구성은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정약용을 교과서적 역사적 위인이상으로, 그의 일대기를 알 수 있게 된 점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의 삶은 학자이면서
삶을 그리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진심어린 대목들이 큰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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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는 소설적 재미를 마무리하며
그의 연보와 주요 등장인물들이 정리되어
정약용이라는 인물을 기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산을 한승원 소설가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이 기쁘다. 개정판을 많은 사람들이 만나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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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물처럼 구름처럼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가뭇없이 사라지게 된다. 사라진다는 것은 허무하다는 것이다. 일단 마음에 걸린 것들을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그것들의 결과 무늬와 색깔을 속속들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산림의 선비는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는 삶을 살되 그 삶을 기록해야 한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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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문장들도 삶에 큰 귀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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