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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평점 :
인간은왜잔인해지는가
존M렉터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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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과 (비)윤리성에 대한 질문은 명쾌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고민하는 태도와 신중한 접근들로부터 인간은 반성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질문을 좀더 선명하게 하는 개념이 존재할 수는 있다. 이 책은 이를 대상화라고 정의한다. 동시에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여 기질적, 상황적 요인을 분석하고 깨달음을 통해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며 동시에 심리학을 비롯해 철학, 역사, 시사적인 이슈들까지 광범위하게 접근하기는 하지만 '대상화'개념에 대한 절실한 동감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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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시작한다. 동굴에 갇혀사는 죄수가 그림자에 불과했던 진리를 벗어나 이데아의 세계를 깨닫는 것이다. 이 철학적 비유를 대상화와 연관시켜 대상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지적한다. 동시에 그러한 대상화의 접근이 악행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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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대상화와 깨달음의 스펙트럼을 정도와 구분을 고려한 하나의 구조적인 설명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 대상화의 스펙트럼은 고,중,저의 정도에 따라 비인간화, 유도체화, 일방적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경계의 경직성과 폭력의 가능성이 증대되는 방향에 따른 구분이다.
대상화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사누스바움이 의해 대상화가 구현되는 방식을 알아보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도구성, 자율성부정, 비활동성, 대체 가능성,침해가능성, 소유, 주체성의 부정이다. 어쩌면 대상화라는 것은 이미 인간의 역사에서 자아와 타인이라는 개념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스펙트럼 상의 정도에 따라 전지구적 불행과 악행의 근본원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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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상화에 방점을 두고 인간 존재에 대해서 치열하게 탐구한다. 3부의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에서는 대상화에 기여하는 기질적 요인을, 4부의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에서는 상황적 요인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언어, 자아, 나르시시즘 등을 기질적 요인에서 다루고 있으며 상황적 요인에서는 사례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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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의 부정성에 대한 심도깊은 탐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으로 이어진다. 합일의식과 깨달음을 통해서 대상화 경향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하나됨을 주장한다. 이 책에서 대상화 경향이 줄어들었을 때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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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인간이 보다 도덕적이고 행복한 피조물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지구라는 행성에 더한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 것이고, 이는 그 자체로 분명한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셋째, 자아라는 제한적 경계가 약해지면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을 좀더 잘 관리하려는 쪽으로 고취되면서 물리적 세계와 더욱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다.
넷째,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 진화, 개선, 성장 하는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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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규모로 온갖 만행과 탈선, 잔학 행위를 되풀이해 저지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느리지만 쉼 없이 플라톤의 동굴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들도 마주하고 있다."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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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는 인류에게 발생한 모든 갈등과 악행의 출발이다. 그러나 대상화에 대해 스스로 점검하고 경계한다면 대상화의 문제를 좀더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의 악행에 대해 심리학적 근거를 대상화에 두고 좀더 정확하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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