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선량한차별주의자리뷰대회내 안에 차별이라는 ‘적’ 김수영의 시 <적>에서 화자는 "적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적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지만 결코 보이지 않는다. 적을 향한 추적에 패색이 짙어갈 무렵 드는 생각. 애초에 적은 없었던 것일까. 시선의 방향을 돌려 이제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본다. 우리 자신이 적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대면할 수밖에 없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스스로에게 차별이라는 적을 일깨우고 현실에서 차별을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차별할 만큼 악한 것도 아니고, 차별받을 만큼 부족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차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고, 나의 삶과 사고방식에서 차별을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는 차별하는 사람이다. 차별의 시작은 차이에서 온다. 서로 다름을 발견하고 구별하며 대상을 범주화한다. 이는 이해의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배타성이 개입되면서 차별로 이어진다. 또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차별당하는 이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차별의 억압에 내면화된다. 하지만 차별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능력주의를 주장하며 평등을 손실로 받아들이고 역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여기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관심은 침묵으로 이어졌고 결국 차별의 방관자였으며 소극적 가담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차별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결정했지만 사회적 여건과 타율적 시선의 내면화로 선택당한 것이기도 하다. 오로지 나만의 의도만 순도 100% 반영된 것인지는 회의하게 된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을 때 행해지는 낙인에 대한 걱정도 그 원인이 된다. 이미 절대다수의 사회적 낙인을 통해 차별당하는 소수자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차별을 피하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도 차별의 영향권에 있는 것이다. 결국 차별하는 사람과 차별받는 사람의 역할극에서, 우리는 1인 2역을 맡는다. 직접적 차별에 거리를 두며 자신의 관용에 만족하지만 ‘선량한 차별’의 범주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차별이라는 적은 그 안에서 배척의 칼날을 나에게 겨누기도 하고, 내가 직접 칼자루를 잡기도 한다. 우리가 차별의 대상이며 주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구조 안에서 차별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차별이라는 렌즈의 배율을 높여 섬세하게 차별을 들여다본다. 과거부터 뿌리깊게 내재하며, 일상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성찰의 계기그리고 존중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 미완이라고 하지만 차별금지법으로 제도적 보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차별이라는 적을 발견했다면 이제 대면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외면해온 시간만큼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탈피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각성에서 의미있는 시작이 가능할 것이다.
소스코드빌게이츠열린책들<소스 코드> 빠른 서평단..급변하는 현대사회의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시작이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순간순간 놀라울 정도로 진보하는 세계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산업의 고도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두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사용하며 위대한 개발자인 빌게이츠를 알 것이다. 동시에 그는 한때 세계 1위의 부자로 일컬어졌으며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부와 자선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내왔다. 빌게이츠를 전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인간 빌게이츠에 대해서는 천재, 기획자, 사업가 등으로 짐작만 했을 뿐이다...그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가정에서 받아온 영향들로 빌게이츠라 성장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집에서는 반항아같은 모습이 드러나고, 학교 수업에서 엉뚱한 재미를 보여주는 의외면도 있고 또래처럼 아이들과 놀면서도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혼자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가장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소년 빌게이츠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진학한 고등학교인 레이크사이드에서 컴퓨터를 만나는 순간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기적이면서 대단한 행운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활동도 학교에서 하게되고 또한 컴퓨터 연구소의 부소장인 친구 어머니로부터 컴퓨터를 기부받기도 한다. 덕분에 무료로 컴퓨터를 이용하며 미래를 꿈꾸게된다.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갈등 속에서도 전진을 이뤄나간다. 코드작업을 함께한 절친을 사고로 잃는 슬픔도 이어진다. 하버드로 진학해 응용수학을 전공하면서 컴퓨터를 공부하려는 진념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BASIC 명령어로 간단한 덧셈프로그램을 성공한다. 이것이 개인용 컴퓨터를 위한 최초의 소프트웨어의 시작이다. 대학을 휴학하고 1년간 소박하게 창업하여 전념을 다했던 그 순간이 우리 역사의 혁명이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잘 안되면 돌아갈게요' 부모님에게 약속한 청년의 메시지는 이제외 돌이켜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인류의 발전에 신기원이 된 소프트웨이 혁명을 이끈 마이크로소프트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빌게이츠의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 레이크사이드에서 컴퓨터를 처음만나고 이후 하버드를 휴학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는 일생의 초반이 그려져있다.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그에게 가정의 지원과 그가 가진 능력과 또한 운이 따라준 것이 사실이지만 인류 역사의 놀라운 발전을 이끈 시작이 그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마인드맵물리학 벤스틸 푸른숲주니어도서협찬..물리학. 수능과목 중에서 가장 어렵고, 유명한 물리학자들은 세기의 천재들이기에 물리학을 가까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세계가 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핵심용어들이 마치 암호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의 마인드맵과 쉽고 간결한 설명에 물리학에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인드맵'이다. 개념설명도 쉽고 간결하지만 우등생의 물리노트처럼 정확한 이해를 이끄는 깔끔한 그림과 도식이 돋보이는 책이다. 나처럼 긴 시간 물리와 무관한 삶을 살아온 독자에게도 낯선 개념을 친숙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인드맵을 즐겨 사용하여 도식과 그림을 설명에서 이용하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를 처음 접할 때 막막함이 해소되는 부분이라서 매우 신선했고 또한 이 책의 개념과 도식을 알아두어 활용한다면 과학에 대한 이해가 한결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과학이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되었다면 이 곳을 살아가는 우리도 이해의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 물리학을 시작한다면,누구에게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올해 2025 개정 교육과정으로 통합과학을 수능필수로 공부해야하는 예비 고1들에게 방학 추천도서로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요즘 과학이 아닌 경제나 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물리가 필요하다. 그럴때마다 검색을 활용했는데 개념은 늘 잠깐만 기억하지만 마인드맵을 통해서라면 개념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해봄의불확실성 시그리드누네즈 소설 민승남 옮김 열린책들..불확실성. 확신이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자리에서 주저할 뿐이지만 그 고민이 주는 긴장감은 결국 어떤 대답에 도달하게 한다. 그해 봄, 저자인 시그리드누네즈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불확실성 속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스스로 단절의 시간을 가졌던 그 때, 코로나19의 시기. 전세계가 팬데믹의 시간 앞에 어쩔 줄 모르며 봉쇄로 시간을 버티었던 기억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불안한 고요, 불확실한 내일. 이제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런 안일한 마음이 앞설 수 없는 현실이다. ..일상의 평화와 자유가 불안과 고립감으로 뒤바뀐 시간. 분투는 우리만이 아닌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인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기억들을 소환한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로 섬세한 문장들이 마음에 켜켜히 쌓이는 이유는 시그리드 누네즈만이 그릴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지인의 집에서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집에서 평화롭지만 적막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주인공보다 앞서 앵무새를 돌봤던 베치라는 청년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예상치 못하게 함께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팬데믹의 시기에는 더한 불안과 불신으로 거리를 두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상을 어느정도 선에서 공유할 수밖에 없다. 베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기에 주인공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어쩌면 지인의 애완동물을 통해 예상치못한 만남으로 한 집에서 거주하는 설정은 로맨스의 시작처럼 짐작할 수도 있지만 노인인 소설가와 예민하고 분노조절이 어려운 대학생의 만남에 심지어 팬데믹 시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물리적 봉쇄는 열 수 없는 시기라도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어가는 것은 희미하지만 평온의 "확실성"을 준다. 소설이지만 시그리드누네즈의 경험담처럼 느껴지는 것은 진실하고 울림이 깊은 문장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건너온 시기를 기록해주는 작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
새처럼 2024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포푸라기#창비#그림책 #어린이책 #책육아 #추천도서..눈이 내리고 하얀 길 위에 마치 화살표처럼 시선을 이끄는 새발자국. 새들의 발자국들을 따라 새들이 모여 놀았던 흔적을 보며 상상한다. 그 상상에서 새들의 발자국은 새처럼 날아오른다. 새의 비상은 상상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작지만 멋진 날개가 있으니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희망으로 솟아오른다. ..단순하지만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들은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눈내린 풍경의 물리적 온도와 달리 새하얀 눈길을 걷는 아이의 모습은 독자의 상상 속에서 흰 도화지처럼 보인다. 그 위에 새의 발자국이 하나 둘 찍히고 이어서 수없이 많은 발자국들은 새들이 지나간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이 책에는 두번의 도약이 있다. 새 발자국이 날아오르고 이를 지켜보며 따라가던 주인공도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 상상의 비약이지만 다정함 때문인지 환상이라는 거리감이 좁혀진다. 자유로운 비상과 평화로운 응시가 여운이 상당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