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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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관련한 몇 권의 책을 읽었고 다른 책 속에서 수없이 만나고 있는 니체다. 이제 니체의 철학에 대한 것이나 니체의 유명한 말들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그 깊은 심연을 이해하기란 턱없이 부족해서 늘 어렵기만 하다. 박찬국 교수님의 전작 <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를 통해 니체 철학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이번에도 새로이 알게 된 의미들이 도움이 되어 앞으로도 계속 니체와 관련된 책은 챙겨 읽어 갈 것 같다.


❤️ 이번 책을 통해 니체가 고전문학 교수였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었구나. 그리스 로마신화와, 일리아스, 그리스 비극이 어떻게 니체에게 녹아 있는지를 보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관점까지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정리를 잘 해주시면서 독자에게 닿게 해주시는 박찬국 교수님에게도 늘 감사하다.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니체

p 12~23

니체는 선과 악이라는 대립 구도를 갖는 새로운 가치관을 내세우고 있다. 니체는 선하고 착한 인간이 아니라 강한 인간이 되라고 외친다. 니체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자신보다 동등하거나 이왕이면 자신보다 더 강한 자들과 겨루고 훌륭한 적수라면 기꺼이 존경을 표할 줄 아는 자들이다. 우위에 있는 자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한다면, 그런 질투와 시기심은 선한 것으로 '선의의 경쟁심'으로 본다.



서가 명강 시리즈 36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우리나라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 분야에서 권위적인 전문가라 할 수 있박찬국 교수님에게 듣는 니체, 그것도 예술과 관련한 명강을 들어본다. <비극의 탄생>의 입문서이기도 하지만 니체가 처음이라면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관념의 세계는 미묘한 말장난 같으면서도 매우 심오하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니체는 학문보다는 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음악을 통해 세계의 비밀이 드러난다고 본다. 세계 비밀은 세상을 눈앞에 세워 두고 그것을 관찰하는 학문적인 지성을 통해 파악되는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우리를 사로잡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 다는 것이다. p 53

니체의 삶과 사상에 대해 집중하기 보다 [ 비극의 탄생]에 초점을 두고 예술과 인간과의 유기적 관계를 볼 수 있었다. 인간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유기체다. 어느 날 들었던 노래 하나가 내 삶에 엄청난 위로를 줄 때가 있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심장에서 피가 빨리 도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없던 기운이 넘치고 의욕이 살아나는 경험도 한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을 깨우는 감각이었다.

"신은 죽었다."

신은 과학에 의해 살해되었지만 신처럼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과학은 모든 것은 인과 법칙에 따라서 생성되고 소멸할 뿐 인간의 삶과 세계의 특별한 의미나 목적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과학은 오히려 우리를 살아가야 할 이유도 목표도 없다고 보는 허무주의에 빠뜨리기 쉽다. 그래서 새로운 신화를 쓰고자 했던 니체는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썼다.

❤️ 인간의 감정, 비판 없이도 행해지는 사랑에 대한 감동과 경이를 예술과 문학에서 느끼지만 더 세밀한 감정을 전달받는 것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식과 전혀 상관없이도 경이로움에 자주 닭살이 돋는 경험을 하는 것은 음악이다. 아름답고 다정한 음악이 살아있는 국가는 비관적일 수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트로트 장르의 쾌활함이 이끈 격동기도 있지 않던가. 그리고 지금도 세계가 함께 듣고 부르는 노래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

미술이나 조각을 비롯한 다른 예술은 모두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내지만 음악은 아무런 형상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음악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 우리를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음악이 아무런 형상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음악이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음악을 창조하고 음악에 그렇게 감동할 수 있는가?


니체가 영향받은 인물 / 쇼펜하우어, 바그너

니체가 보기에 당시의 고전문헌학자들이나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에 아부했던 철학자들과 달리, 쇼펜하우어는 새로운 진리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정신의 독재자였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바그너의 음악에 매료되면서 전통적인 고전문헌학자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철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방향 선회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니체 ( 1884 ~ 1900 )

니체 시대에 바그너의 음악이 건강한 생명력으로 넘치며 신화적인 예술을 이끌어냈다면 오늘날은 BTS를 비롯한 K-pop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언어가 다른 전 세계인을 하나로 연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음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니체가 지금 같은 모바일 시대에 살아있다면 '이럴 줄 알았노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고 믿고 싶다.



p 37

니체는 인간은 과학이 드러내는 세계에서 살 수 없고, 예술이 드러내는 신화적인 세계에서만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의 삶이 보다 큰 건강과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체는 오늘날 예술의 과제는 바로 이러한 신화를 창조하고, 신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 참으로 강한 자는 변화와 갈등과 투쟁을 즐기는 자다.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한 디오니소스,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채로운 현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디오니소스의 우주적이고 충만한 생명력과 하나가 되어 춤추듯 유희하며 살 것을 니체는 권한다. 세계의 비밀은 음악으로 다가온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도 예술 원리는 각각 '꿈을 꾸려는 충동'과 '도취를 맛보고 싶은 충동'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음악을 들으면 왜 우리는 황홀해지는가.

세계의 비일 은 음악으로 다가온다.

음악에 도취할 때 우리는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경험한다. 음악이 드러내는 세계는 심연의 세계다.

디오니소스 적 조치에 빠져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온몸으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게 된다 이러한 조치에 빠질 때 우리는 아플 론 적인 질서와 차별의 세계가 사실은 디오니소스 적 세계를 은폐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예감할 수 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1788~1860)

프리드리히 니체 (1844~1900)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전개하는 음악에 대한 사상은 쇼펜하우어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근원적 일자에 대한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대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 책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는 니힐리즘과 염세주의 극복이라는 문제의식의 초점을 맞추어 니체 사상을 쇼펜하우어와 비교하면서 소개한다.

쇼펜하우어 세계 의지가 인간의 욕망에 결핍이 있을 때 나타나고 욕망은 절대 만족을 모르므로 충족돼 않는 욕망으로 인해 삶은 고통이라고 말한다. 쇼펜하우어에게 이상적인 인간은 자신의 무한하고 맹목적인 욕망을 이성을 통해서 부정하는 금욕주의적인 인간이다. 쇼펜하우어는 천박한 낙천주의 대신에 염세주의를 설파했으며, 인격신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그리스도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맹목적인 의지라고 주장했다.

니체는 인간 역시 세계 의지처럼 발산하지 못하는 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존재로 파악한다. 니체에게 이상적인 인간은 카이사르나 나폴레옹같이 자신의 넘치는 힘을 절도 있게 발산하는 인간이다. 니체 철학에서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생명력으로 충만한 존재가 될 것을 가르친다. 니체는 비극이 주는 메시지를 생명력으로 승화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지적인 성실성을 높이 평가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격신 따위의 허구적인 관념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가 내면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존의지종족보존 의지라는 원리에 입각하여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니체는 삶의 본질이 논리적으로 해명될 수 없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의지라고 여기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받아들인다.

물론 니체는 의지는 생존이 아니라 힘을 추구한다고 본다. 의지는 자신을 고양하고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의지, 즉 힘을 향한 의지인 것이다. 니체는 당시의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노동하면서 도넛을 끊을 려는 찰나적인 쾌락과 낭만을 추구하는 절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봤다. 이러한 인간에 비하면 쇼펜하우어가 제시하고 있는 예술적인 인간 집 조형 예술을 통해 이 대화를 완료하거나 음악을 통해 세계 의지와 하나가 되는 인간이 훨씬 높은 차원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비극의 탄생]은 염색 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언제나 용솟음치는 힘에 의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힘이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있고 둘 모두가 우리에게 내재해 있으며 자연스러운 충동으로 인해 우리가 고통을 받는다고 본다.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 자기 구원을 위한 창조 행위가 예술로 표현되며 아폴론적인 조형예술(조각, 미술, 문학)과 디오니소스적인 비조형예술(음악)으로 나눈다.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한

니체 그리고 히틀러

그들의 횡보는 너무나 다르지만 같은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니체가 찬사하던 바그너를 <이 사람을 보라>에서 나중에 비판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 중인 용병들도 있어서 니체가 걱정하던 바가 무엇인지 짐작해 본다.. 바그너의 이름이 이렇게 이용되는 것은 히틀러가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햏기 때문인데 히틀러가 세운 새로운 신화는 국가와 민족이었던 것이다.

힘을 향한 의지가 강한 인간만이

세계를 아름답게 본다.

니체

그리스 정신, 그리스 로마 신화 역시 창의력의 산물이고 그리스 신화는 인간에게 삶의 새로운 활기와 생명력을 부여했습니다. 노예 상태가 된 근대인들에게 새로운 신화가 필요해진 것이죠. 그런 신화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 예술이라고 자유롭고 강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산토리를 튕기며 자신의 슬픔도 표현하고 기쁨도 표현하던 모습이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예술이었네요. 자기가 살고자 하는 대로 살았던 조르바의 몸부림이 초인적이었던 것이죠. 신도 지식도 아닌,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두 발로 우뚝 선 조르바에게서 느낀 자유를 상기해 봅니다.

데미안, 싯다르타,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맥락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고자 했던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었어요.

니체의 철학이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크고 현대에 적중했는지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니체는 인간은 과학이 드러내는 세계에서 살 수 없고, 예술이 드러내는 신화적인 세계에서만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의 삶이 보다 큰 건강과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체는 오늘날 예술의 과제는 바로 이러한 신화를 창조하고, 신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 P37

니체는 선과 악이라는 대립 구도를 갖는 새로운 가치관을 내세우고 있다. 니체는 선하고 착한 인간이 아니라 강한 인간이 되라고 외친다. 니체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자신보다 동등하거나 이왕이면 자신보다 더 강한 자들과 겨루고 훌륭한 적수라면 기꺼이 존경을 표할 줄 아는 자들이다. 우위에 있는 자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한다면, 그런 질투와 시기심은 선한 것으로 ‘선의의 경쟁심‘으로 본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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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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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을 통해 니체가 고전 문학 교수였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구나.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일리아스, 그리스 비극이 어떻게 니체에게 녹아 있는지를 보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관점까지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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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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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유명한 말들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그 깊은 심연을 이해하기란 턱없이 부족해서 늘 어렵기만 하다. 박찬국 교수님의 전작 <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를 통해 니체 철학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이번에도 새로이 알게 된 의미들이 도움이 되어 앞으로도 계속 니체와 관련된 책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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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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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소년은 그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혹은 보았는지 궁금했다. 벙커의 서재에 꽂힌 책에서였을까, 오래된 영화에서였을까, 아니면 어머니가 수업 때 지나가듯 한 말이었을까.

사실 우리는 식물들의 행성에 언혀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이 방을 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인간은 절대 조용히 방을 뺀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만든 물건, 즉 건물과 자동차, 컴퓨터, 플라스틱 등을 합친 무게는 세계의 무엇보다 훨씬 무거웠고 이산화탄소와 방사능을 뿌려대며 요란하게 퇴장했다. - p 12

지구를 구하겠다는 동기보다 내 아이를 꼭 구하겠다는 동기가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지구 생태계를 구한다는 마음은 어려울지 몰라도 내 손안에든 한 뼘의 지구, 테라리움을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서면 작아서 더 소중해지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내가 보고 싶어한 것은 그런 것이었다.


 



폐순환생태계 = 테라리움

소년과 어머니는 동굴에서 단둘이 살아가고 있었고 어머니는 늘 소년에게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어느 날, 폐쇄 테라리움에 소년을 남겨두고 어머니는 갑자기 사라졌다. 소년은 고열량 단백질 바를 꺼내 먹으며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았다. 불은 존재만으로 사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벙커에 사는 동안 소년은 성냥 불보다 더 큰불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러 사태에 대비해 소년을 훈련 시켰다. 덕분에 이 여정을 시작한 뒤 불을 피우는데 고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어머니의 뜻 모를 규칙들은 '죽음'의 위협에서 소년을 구한다.

소년의 앞에 검은 개가 나타났다. 개는 자신이 '죽음'이라고 말했다. 소년은 검은 개에게 종말 이전의 사람들이 뭘 보고, 뭘 먹고 뭘 꿈꾸며 살았는지, 혹시 엄마가 바깥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엄마가 왜 날 떠났는지 묻는다.

열병을 앓고 사람들이 죽었고, 소년도 열병을 앓았으며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검은 개와 대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 몇 개의 단서만 가지고 엄마를 직접 찾아 나선다.

벙커에서 나온 소년은 난생처음 보는 도시의 실물에 압도당했다. 그저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목격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소년은 세상이 변화를 겪을 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테라리움 p 11

❤️ 현대판 모험극, SF 소설이다. 이전에 김영하 님의 소설 [작별 인사]를 읽었을 때와 사뭇 비슷한 점이 있다. 안전하지만 갇힌 공간, 바깥세상과의 단절에서 빠져나와 모험이 시작되고 나면 이내 곧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 질문이 생기고 그 해답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조력자를 만나고 서로의 힘을 모은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 [테라리움]의 특이점은 제목처럼 테라움이 가진 순환을 말하고자 하는 것에 있다. 지구라는 거대한 관점은 왠지 어렵지만 손안에 든 유리관 속 테라리움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생명의 비밀이 아주 가까이 느껴진다. 물과 산소의 순환이 일어나는 땅의 공간에 식물들과 유기물이 공생하는 모습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죽고 또 태어난다.

고요해 보이는 흙 속에도 수많은 유기체의 삶과 죽음이 있고

그것을 양분으로 식물이 자라지.

그 순환보다 중요한 건 없어.

인간 세계에선 부모의 다음 세대인 자식을 위해 희생이 따르더라도 어려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이 믿고 행하는 순환인지 모른다. 다음 세대의 존속이 우리 세대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끔 잊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깃들어 있는 세계와의 조화를 생각해 보게 하는 홀로 남겨진 소년의 여정이 결코 작지 않았다. 소년이 알아가는 새로운 진실, 그 모험은 인류에게 중요하다.

p 61

'결국 사람은 말을 들어줄 누군가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걸까? 그게 조금만 일기장 키티이든 기업체에서 만든 어플 세이렌이든, 아니면 죽음의 화신인 검은 개이든.'

p 69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이었어. 비록 비참하게 죽긴 했지만 한 인생에 가치가 죽음으로 결정되지는 않으니까.

p 91

소녀는 이런 방에 익숙했다. 철저히 생존을 위해 설계된 곳. 벙커의 모든 공간 역시 이런 느낌이었다. 소년과 어머니는 10여 년의 세월 동안 벙커를 길들였지만 이방은 전혀 길들여지지 않았다. 한 사람의 생존자로서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이 공간의 주인은 여길 길들이는데 실패했다. 이곳이 그를 길들였다.

p 86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믿음 뿐이지. 더 잃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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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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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겠다는 동기보다 내 아이를 꼭 구하겠다는 동기가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지구 생태계를 구한다는 마음은 어려울지 몰라도 내 손안에든 한 뼘의 지구, 테라리움을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서면 작아서 더 소중해지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내가 보고 싶어한 것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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